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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 책에 손글씨 데스노트? 헌책의 발견, 뜻밖의 재미[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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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낙서 수집광
윤성근 지음
이야기장수

이 책의 저자는 회사원 생활을 그만두고 서울 은평구에서 2007년부터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거니와 책에 대한 안목도 과연 남다르다. 프랜차이즈 헌책방에서 거절하기에 십상인 밑줄 빼곡한 책도, 손글씨 메모가 잔뜩인 책도 절대 푸대접하지 않는다. 헌책의 이런 흔적이야말로 그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기 때문. 특정한 책을 구하려는 손님들의 사연을 담은 전작 『헌책방 기담 수집가』에 이어 새로 나온 이 책이 그 증거다.

저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메모는 그 내용도, 메모가 적힌 책도 천차만별. 『타인최면술』이란 묘한 제목의 책에는 데스노트 뺨치는 한 줄이 적혀 있는가 하면, 『입 속의 검은 잎』을 자녀에게 권한 어느 엄마의 여러 장 메모에선 쉽지 않았던 삶이 우러나온다. 은근한 연심이나 이별 혹은 짝사랑이 내비치는 메모들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추정과 상상, 그리고 그 자신의 경험이나 헌책방 손님들 얘기까지 더해 감칠 맛 나는 이야기를 펼친다. 짐짓 의뭉스러운 문장과 전개 덕분에 마치 시트콤을 보고 있는 듯 가끔 웃음도 터진다. 족구 얘기, 한 잔의 '원 블랙 커피' 얘기가 특히 그렇다. 책에 대한 책이면서도, 언급되는 책들의 무게감에 짓눌리는 일 없이 책을 가까이하는 재미, 읽는 재미를 불러내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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