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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유연석..."고구마 전개에 답답했다면 제대로 본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하상수를 연기한 배우 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하상수를 연기한 배우 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더 모르겠던데요. 나이가 들수록 알 수 없는 것이 ‘사랑’ 같아요.”

드라마 촬영 후 사랑을 좀 더 이해하게 됐냐는 질문에 배우 유연석은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네 청춘 남녀가 어긋남과 집착, 미련 속에서 사랑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JTBC 수목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9일 막을 내렸다.마지막 방송을 앞둔 이날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5월부터 촬영했던 드라마가 막상 끝나니 시원섭섭하다”며 입을 뗀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에 16부작이 진행되는 내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드라마 반응을 꾸준히 살폈다고 한다.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다’던 시청자들의 답답함이 드라마 후반이 되니까 ‘고구마 1000개’로 늘어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며 보셨다면 제대로 본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가 이런저런 이유로 잘 풀리지 않는 요즘 청춘의 연애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때, 머리에서 생각한 것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은 항상 같진 않다”며 “드라마 전개가 느리고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다루다 보니 답답하게 느끼실 순 있지만,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우리 삶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유연석은 "하상수의 감정을 직접적인 표현보다 눈빛을 통해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사랑의 이해' 촬영장. SLL

배우 유연석은 "하상수의 감정을 직접적인 표현보다 눈빛을 통해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사랑의 이해' 촬영장. SLL

유연석이 연기한 하상수라는 인물은 드라마 속에서 감정의 진폭이 가장 큰 인물이다.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고졸 텔러 안수영(문가영)에 마음이 있으면서도 극 초반에는 머뭇거리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확신을 가진 이후에는 계속 주저하는 안수영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그는 “예전에 짝사랑했던 때가 많이 생각났다”면서 “드라마 이후 MBTI(성격유형검사)가 정반대로 바뀌었을 정도로 저 스스로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감정 표현이다. 아련함, 애틋함, 슬픔 등 복합적인 하상수의 심경을 담아낸 그의 눈빛 연기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멜로 장인 유연석의 재발견'이란 찬사도 따라 왔다.
“하상수는 말을 아끼고 생각이 많은 사람인 만큼 직접적인 대사보다 눈빛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촬영할 때 상황에 집중하고 표현을 덜 하더라도 감정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추운 날씨가 감정 표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과감히 촬영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그는 “(하상수를 사랑한) 박미경(금새록)과 헤어지는 장면은 원래 한강에서 촬영했어야 했는데 영하 15도의 한파 때문에 감정선을 잡기가 쉽지 않아 차 안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면서 “박미경과 촬영할 때는 미안함과 냉정함이 섞이면서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배우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에서 처음으로 은행원 연기에 도전했다. 사진은 '사랑의 이해' 촬영장. SLL

배우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에서 처음으로 은행원 연기에 도전했다. 사진은 '사랑의 이해' 촬영장. SLL

의사·야구 선수 등 다양한 직업군 연기를 하는 게 즐겁다는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를 통해 처음으로 평범한 직장인, 은행원을 연기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직접 은행에 가서 하루 종일 대출 상담팀 업무를 지켜보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은행 세트장에 가면 도장 찍고 서류 보는 정도의 비슷한 액션을 하게 된다”며 “감정은 깊어지는데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니까, 소품 팀에 다른 소품들도 문의하는 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평범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진솔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극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는 나 자신보다 캐릭터의 옷을 먼저 입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나 자신으로 출발해 진실한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드라마 대사에도 있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 극적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상수처럼 현실적인 이유로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그는 “하상수는 망설임 때문에 모든 것이 어긋나고 많이 돌아가게 됐다. 너무 많은 것을 따지고 비교하기보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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