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 시황제의 꿈 이뤄질지도? 유전체 시퀀서 만드는 中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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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유전자. 사진 쉐치우(雪球)

100세 시대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장년층의 화두다. 진시황이 바랐던 불로장생까지는 어렵지만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암, 전염병, 노화, 태생적 기형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바로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다. 유전체란 유전자, 염색체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적 정보의 총합이다. '게놈(genome)'이라고도 부른다.

그동안 유전체 검사는 고비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로 질병이 발생한 뒤에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의 기존 의료 패러다임에서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춰 치료 및 예방하는 정밀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 산업을 이끄는 중국 기업이 있다. 바로 화다즈자오(華大智造·MGI, 이하 MGI)다.

MGI는 2016년 4월에 설립됐다. 정확히는 선전에 상장된 유전체 대기업 베이징유전체연구소(华大集团·beijing genomics institute(BGI), 300676.SZ, 이하 BGI)의 유전체 시퀀서(sequencer, 염기서열 분석기) 부문에서 독립했다.

중국의 유전체 시퀀서 제조 기업 화다즈자오(華大智造·MGI). 사진 MGI

MGI는 현재 중국 최대 유전체 시퀀서 제조 기업이면서,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다.

MGI는 임상 고처리량 유전자 서열 분석기를 독자적으로 개발 및 양산 가능한 중국 유일의 기업으로 유전체 분석 기기 제조, 장비·시약 키트 및 소모품 등 관련 제품의 연구 개발, 생산 및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정밀 의료, 정밀 농업 분야에서 실시간, 파노라마 및 전(全)생애 주기를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장비와 시스템 솔루션도 제공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가 정책과 모기업 BGI의 강력한 지원으로 MGI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중국의 산업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의 2022년 데이터에 따르면 MGI의 글로벌 유니콘 순위는 267위(6월 30일 기준), 기업 가치는 약 230억 위안(약 4조 1866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시퀀서 기술로 판로 넓혀가는 MGI

코로나19 기간에 SARS-CoV-2 델타 변종을 분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차세대 시퀀싱 기술이다. 차세대 시퀀싱 기술 업계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 바로 미국의 일루미나와 중국의 BGI다.

MGI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모기업인 BGI를 알아야 한다. BGI는 1999년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위해 중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연구 기관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BGI는 2013년 미국의 유전체 분석 장비업체인 컴플리트 제노믹스(Complete Genomics)를 인수하며 세계 2위의 게놈 분석 업체로 자리 잡았다. BGI는 경쟁사 대비 6배, 2000년 시세보다 10만 배 저렴한 100달러의 원가로 인간 게놈 서열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GI는 자사의 자체적인 시퀀싱 플랫폼, 규모의 경제 및 전문가 생물정보학 자원을 포함해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첨단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국제 연구계와 임상 시장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최첨단 유전체학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GI 그룹 왕젠(王建) 회장. 사진 BGI

현재 MGI는 BGI 그룹에 시퀀서를 공급하고 있으며, 17개의 경외(境外) 자회사, 14개의 중국 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업 범위는 6개 대륙의 7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이른다. BGI 그룹 왕젠(王建) 회장은 MGI의 지분 52.30%를 보유해 실질적인 오너로 통한다. MGI는 2022년 9월 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종목 코드: 688114.SH)

🧬코로나19 이후, 매출 총이익률 증가

MGI의 주력 사업은 유전자 시퀀서, 실험실 자동화* 사업으로 나뉜다.
🧪실험실 자동화(laboratory automation): 연구 개발의 신속한 추진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실험·연구 부문을 자동화하는 일

지난 3년 간 이어져온 팬데믹 기간동안 코로나19 검사 업무와 관련된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1년 2월, 중국의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와 MGI는 코로나19 방역용 '전기P2+핵산검사차'를 출시했다. 해당 차량에서는 일일 평균 2만 명의 핵산 검사가 가능하며 2시간 내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돼 팬데믹 시대에 기술로 공헌했다고 평가 받는다.

재무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MGI의 영업 이익은 각각 10억 9700만 위안(약 2134억 원), 10억 9100만 위안(약 2122억 원), 27억 8000만 위안(약 5409억 원)으로 연평균복합성장률은 59.17%에 이르렀다. 그 중 시퀀서 사업의 매출은 각각 7억 7800만 위안(약 1513억 원), 10억 1000만 위안(약 1965억 원), 6억 1500만 위안(약 1196억 원)으로 주요 사업 매출의 96.67%, 92.44%, 22.34%를 차지했다.

실험실 자동화 사업 매출은 각각 1300만 위안(약 25억 원), 5900만 위안(약 114억 원)과 20억 6200만 위안(약 4011억 원)으로 주요 사업 매출의 각각 1.66%, 5.45%, 74.87%를 차지하며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 자동화 설비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를 지원하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도구로 MGI의 기술 진보를 견인하는 주축이 되고 있다.
🧪인간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기술.

🧬MGI, 일루미나·써모피셔의 독점 멈출까?

글로벌 시퀀서 시장에서 업계 상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일루미나(Illumina, 미국)와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hermoFisher)이다. 두 기업은 오랜 기간 세계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MGI의 시장점유율은 약 3.5%에 불과하다. 하지만 MGI는 ‘DNBSEQ 시퀀싱 시스템 및 분석 소프트웨어’, '시퀀서 광전자(기계) 시스템’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외 380건의 유효한 특허를 획득하며 업계 1, 2위 기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MGI의 유전자 서열 검사기인 DNBSEQ-G400. 유전자 증폭 기술 오류 최소화, 고품질 데이터 균일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출처 MGI

유전자 시퀀싱 산업의 업스트림 시장은 광대하고, 시퀀서의 응용 시나리오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자 시퀀싱 시장은 2010년 24억 달러(약 2조 9856억 원)에서 2019년 126억 달러(약 15조 6744억 원)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년~2019년 전세계 유전자 검사 시장 규모 및 증가 속도. 출처 BCC Research, 저상증권연구소

《글로벌 및 중국 생명과학 종합 솔루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유전자 시퀀서 및 소모품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유전자 시퀀서 및 소모품 시장이 245억 8000만 달러(약 30조 5775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의 시장 규모는 303억9000만 위안(약 5조 90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유전자 시퀀서는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일부 선두 기업이 가격 결정력을 갖고 독점적 영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중국의 몇몇 유전자 시퀀서 기업이 굴기(崛起)하며 유전자 측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 기술의 지속적인 혁신으로, 신속, 초고처리량, 저비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응용 프로그램과 소비자 측에서 널리 보급될 것이며 임상 응용 영역의 시장 공간도 함께 확장될 전망이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