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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멘보샤, 진짜 중국 음식 맞나?

중앙일보

입력

멘보샤. 사진 셔터스톡

멘보샤. 사진 셔터스톡

'멘보샤'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20~30대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던 중국 음식이다. 다진 새우를 4등분쯤으로 자른 식빵 사이에 끼워 기름에 튀겨 먹는다. 바삭하고 고소한 빵과 부드럽게 익은 새우 살이 조화를 이루니 간식으로, 입맛 돋구는 전채 요리로 먹기에 알맞다.

방송에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인지 인기가 꽤 높았는데 하지만 흔히 먹었던 중국 음식과는 차원이 달라서인지 "이게 진짜 중국 음식 맞아?"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게다가 실제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혹시 있다고 해도 주문하면 엉뚱한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가 아는 멘보샤와는 다른, 빵가루 입힌 새우튀김을 내준다. 그러니 더욱 헷갈린다. 멘보샤, 도대체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멘보샤는 중국에서조차도 의문을 품는 중국 음식이다. 웬만하면 모두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일부 중국 네티즌조차도 멘보샤만큼은 선뜻 종주국임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분명 전통 있는 정통 중국 음식은 아닌 듯싶다.

물론 이름만 봐서는 일단 중국 음식이 맞다. 멘보샤는 다소 엉터리 발음이고 한자로는 면포하(麵包蝦), 중국어 발음은 미앤바오샤(mian bao xia)다. 면포(麵包)는 빵, 포(包)는 감싸다, 하(蝦)는 새우니까 새우 품은 빵이라는 낭만적 이름이다.

이름도 중국말, 파는 곳도 중국 음식점이니 중국 음식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안팎으로 헷갈리나 싶지만 이유는 뿌리가 중국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멘보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홍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 영국 통치를 받았던 만큼 영국 음식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애프터눈 티도 그 중 하나로 영국인들은 3~4시쯤 홍차를 마실 때 가벼운 음식을 곁들인다. 주로 비스킷이나 스콘 같은 빵, 작게 자른 핑거 샌드위치(finger sandwich)를 먹는다.

예를 들어 오이 샌드위치가 대표적으로 껍질 자른 식빵을 절반 내지 사등분한 후 그 사이에 생오이를 끼워 먹는데 오이의 청량감 때문인지 주로 여름철에 즐긴다.

멘보샤 역시 홍차와 함께 먹는 이런 핑거 샌드위치를 홍콩식으로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오이 샌드위치처럼 자른 식빵을 굽거나 튀긴 후 그 위에 홍콩에서는 흔한 튀긴 굴전(蠔煎)이나 다진 새우 튀김(蝦煎)을 얹어 카나페(canape) 식으로, 또는 샌드위치로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홍콩의 한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개발했다가 딤섬으로 발전했는데 홍콩에서는 멘보샤라는 이름 대신에 샤싼밍즈, 혹은 샤뚸스라는 이름으로도 퍼져 있다.

여기서 샤(蝦)는 새우, 싼밍즈(三明治)는 샌드위치를 한자음을 빌어 중국식으로 적은 것이다. 뚸스 역시 토스트의 중국어 표기다. 이름이야 어쨌거나, 그리고 새우튀김을 샌드위치로 끼웠거나 빵 위에 얹었거나 빵이 새우를 품었으니 멘보샤는 멘보샤다.

흔히 알려진 멘보샤의 유래인데 사실은 이게 전부가 아니란다. 홍콩 호사가들은 그 뿌리를 다른 곳에서 찾기도 한다. 대상은 엉뚱하게도 '포 보이'라는 미국 음식이다.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해 생소한 이 음식은 자른 바게트 빵에 튀긴 굴, 새우튀김을 얹어 먹는다. 여러 면에서 멘보샤와 닮았다.

19세기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곳은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다. 그래서 식빵 대신 바게트 빵이다. 홍콩처럼 덥고 습하며 바다에 접한 곳이니 해산물이 풍부해 튀긴 굴과 다진 새우튀김을 곁들였다. 처음 만들어진 곳은 뉴올리언즈지만 이후 차이나타운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캘리포니아로 퍼지면서 유명해졌다.

포 보이(Po' Boy)라는 이름도 유래가 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데 마침 푸드 트럭에서 이 음식을 팔았다. 빵을 사먹는 시위대와 주인이 친분이 있었는지 농담 삼아 "가난한 아이 내지 불쌍한 친구(poor boy)"라고 불렀는데 이게 음식 이름이 됐다고 한다. 포 보이는 푸어 보이의 미국 남부 사투리다.

각각의 유래설을 서로 연결해 보면 홍콩의 한 호텔업자가 미국에서 새우튀김 바게트빵 포보이를 먹어본 후 이를 원형으로 영국의 핑거 샌드위치와 결합시켜 홍콩식으로 개발해 만든 음식이 멘보샤다. 중국 음식이면서 중국 음식 같지 않은 까닭이다.

멘보샤가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홍콩에서는 약 100년쯤 됐다고 하고 우리나라도 1968년 한 일간지에 간편 음식, 멘보샤라는 이름과 만드는 법이 소개된 것을 보면 최근에 생겨난 것 같지는 않다.

멘보샤의 유래설, 진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기원을 짚어 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미식을 즐긴다면 한국에서 먹는 멘보샤와 홍콩의 샤싼밍즈, 그리고 미국 포 보이를 비교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도 좋겠다. 맛 이상의 멋을 추구한다면 중국과 홍콩, 영국과 미국의 핑거 푸드(finger food)에 담긴 음식문화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윤덕노 음식문화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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