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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더 배우고 싶어요"…초등생 멘토링까지, 교문 나선 국립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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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8월 전남대 'Dream UP(드림 업)'에 참여한 여수 지역 초·중등 학생들이 이 대학 건축학과 졸업 작품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Dream UP'은 전남대 학생들이 취약 계층 학생들의 학습과 특별 활동을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사진 전남대

지난해 8월 전남대 'Dream UP(드림 업)'에 참여한 여수 지역 초·중등 학생들이 이 대학 건축학과 졸업 작품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Dream UP'은 전남대 학생들이 취약 계층 학생들의 학습과 특별 활동을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사진 전남대

전남대 'Dream UP' 멘토링…학생들 "형에게 더 배울래요"

"어릴 때 동네 형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고, 진로나 진학 관련 고민 상담을 한 덕분에 중간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대학에 올 수 있었어요."

지방대학 시대를 이끄는 국립대학 ③

전남대 여수캠퍼스 수산생명의학과 2학년 장우석(23)씨는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초·중학교 때 멘토링의 중요성을 알아 'Dream UP(드림 업)' 멘토로 참여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Dream UP'은 전남대가 여수시교육지원청과 함께 취약 계층에 속하는 초·중등 학생의 학습과 특별 활동을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멘토링이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멘토)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멘티)에게 지도나 조언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장씨는 지난해 8월 1일~12일 매일 4시간씩 여수 한 초등학교 5·6학년 남학생 2명에게 영어·수학 등을 가르쳤다. 수업은 주로 전남대 여수캠퍼스 내 글로벌교육원 강의실에서 했다.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전화로도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틈틈이 대학 캠퍼스 투어와 진로 탐방, 영화 관람 등도 함께했다.

장씨를 비롯한 전남대 학생 15명은 해당 기간 여수 지역 초·중학교 학생 23명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멘토로 나섰다. 멘토들은 활동비로 70분당 3만원을 받았다. 장씨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두 제자를 아무 대가 없이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형에게 더 배우고 싶다"고 조르면서다.

전남대는 지난해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지역 미래 세대 양성을 위한 초등학생~대학생 전(全)주기 성장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전남대 학생 35명이 8개월간 광주 지역 취약 계층 초등학생 35명의 학습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CNU 반올림 클래스'도 호평을 받았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순천만은 22.4㎢의 갯벌과 5.6㎢의 갈대 군락지에 조류 252종과 동식물 1600여종이 서식해 생태계 보고(寶庫)라 불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순천만은 22.4㎢의 갯벌과 5.6㎢의 갈대 군락지에 조류 252종과 동식물 1600여종이 서식해 생태계 보고(寶庫)라 불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대 '생태와 환경' 과목 개설

전국 38개 국립대가 지역 혁신과 상생의 거점이 되고 있다. 대학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과 발전 모델을 통해서다.

순천대는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기반 고교학점제'라는 고교·대학 공동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 가스 배출 감축을 추진하는 흐름을 반영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남교육청·순천시교육지원청·순천생태문화교육원과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생태와 환경' 과목을 개설했다. 교재도 집필했다.

순천 지역 5개 고교 학생 20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순천만의 생물 다양성과 탄소 중립 기여도 등을 배웠다. 순천만은 22.4㎢의 갯벌과 5.6㎢의 갈대 군락지에 조류 252종과 동식물 1600여종이 서식해 생태계 보고(寶庫)라 불린다. 순천여고 한 학생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가 수업을 듣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역 환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곡요양원 휴게실에서 요양원 직원 6명이 강사로부터 손뜨개질을 배우고 있다. 공주대가 강사비와 수업 재료비 등을 지원하는 '지역 사회 밀착형 마을 배움터 지원 사업'이다. 사진 공주대

지난해 8월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곡요양원 휴게실에서 요양원 직원 6명이 강사로부터 손뜨개질을 배우고 있다. 공주대가 강사비와 수업 재료비 등을 지원하는 '지역 사회 밀착형 마을 배움터 지원 사업'이다. 사진 공주대

공주대, 미술·음악·운동 배움터 지원…"공동체 활성화 역할" 

지역 주민에게 미술·음악·운동·요리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국립대도 있다. '지역 사회 밀착형 마을 배움터 지원 사업'을 추진한 공주대가 대표적이다.

공주대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공주시·세종시에 있는 주민 모임(최소 6명 이상) 14개에 배움터와 함께 강사비, 수업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수업에 참여한 모임들은 주로 같은 마을 이웃이나 직장·학교 동료 등으로 구성됐다.

한 직장인 동아리는 공주대 산학협력관에서 손뜨개질을 배웠다. 공주시 한국통합교육상담개발원에선 학부모와 자녀 9명이 여름 방학 동안 그림책을 필사했다. 공주대는 배움터마다 최대 165만원씩 지원, 학습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최인숙 공주대 평생교육원 주무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좁아진 사회 관계망을 다시 넓히고 마을 단위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게 주된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전주교대에서 이 대학 재학생들이 현직 교사에게 문해 교육 관련 수업을 받고 있다. 현직 교사들이 예비 교사들에게 현장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초등 교원의 전문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현장 기반 교사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전주교대

지난해 10월 전주교대에서 이 대학 재학생들이 현직 교사에게 문해 교육 관련 수업을 받고 있다. 현직 교사들이 예비 교사들에게 현장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초등 교원의 전문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현장 기반 교사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전주교대

전주교대, 예비 교사 교육 프로그램…"현장 경험 공유" 

전주교대는 예비 교사인 재학생들에게 현직 교사들의 현장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초등 교원의 전문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현장 기반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주교대 재학생 113명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신나는 교실 놀이' '미래 교육과 코딩 교육' 등의 수업에 참여했다. 재학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1점이 나올 정도로 높았다.

지난해 9월 임실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나의 미래 자원 분석'이라는 주제로 정착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가 운영하는 '다문화 학습자 대학 수학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사진 한국방송통신대

지난해 9월 임실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나의 미래 자원 분석'이라는 주제로 정착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가 운영하는 '다문화 학습자 대학 수학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사진 한국방송통신대

한국방송통신대, 이주여성·외국인 한국어·취업 교육 

한국방송통신대는 결혼 이주 여성과 외국인 유학생 등을 위해 ▶한국어 강좌 ▶취업 지원 교육 ▶정착 지원 교육 등 '다문화 학습자 대학 수학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해마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이 언어 문제나 사회적 편견 등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결혼 이민자 및 국적 취득자는 37만2884명이다. 2010년 22만1548명에서 10년 만에 15만명가량 늘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전국 13개 지역 대학, 31개 시·군 학습관 등을 활용해 다문화 학습자의 역량 개발과 네트워크 조성도 돕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관계자는 "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임실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지역 내 유관 기관을 통해 교육 수요자를 발굴한다"며 "외국인과 이주민의 실질적인 경제 활동 지원과 학업 중단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율 국립대학 육성사업 발전협의회 회장(충남대 기획처장)은 "국가 발전과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립대 간 협력과 공유가 필요한 때"라며 "국립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지식을 창출하고, 지역 성장 역량을 강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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