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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시리아의 슬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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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심새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시리아는 원래 축복받은 땅이었다. 나라를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강 인근은 선사시대부터 풍요로웠다. 1916년 미국 고고학자 제임스 헨리 브레스테드가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원지인 이 지역을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로 이름 붙였다. 긴 역사 동안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그리스, 비잔틴 제국, 프랑스 등이 시리아를 차례로 탐하고 통치했다.

이후 시리아의 현대사는 비극으로 점철됐다. 한국의 1.8배 크기 나라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운영되는 와중에 쿠데타, 장기 독재 등 내정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이 수 년간 옥토를 덮쳤다. 이슬람 무장단체(IS) 결성 등의 영향으로 2011년 내전이 터졌고, 국민은 14년째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6월 발간한 난민보고서에서 시리아 난민 규모가 680만 명으로 세계 1위라고 집계했다. 2위 베네수엘라(460만 명), 3위 아프가니스탄(270만 명) 등 다른 난민국보다 월등히 많다. 시리아인(2300만 명) 열 명 중 세 명이 타국을 떠돌고, 그나마 고향에 남은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거주지 불명 상태로 살아간다.

이 참혹한 삶에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금세기 최악 수준의 연쇄 강진이 찾아왔다.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시리아 두 나라의 지진 피해를 두고 국제사회가 벌써 공개적으로 ‘구호 소외’ 우려를 보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아델하이트 마르샹 비상대책관은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튀르키예의 경우 위기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시리아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인적·물적 지원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튀르키예에 집중된다는 소식이다. 시리아는 유일한 민간 구호물자 공급로였던 북부 국경 일대 도로마저 이번 지진으로 다 잃은 상태다. 이 와중에 “정부를 통한 구호 승인”만을 고집 중인 시리아 독재정부의 태도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재난도 온정도 국적과 빈부를 가리지 않기에, 국제사회의 빠르고 지혜로운 대처를 재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