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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계속 위대하기는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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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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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GOAT, the greatest of all time) 축구선수는 누구지?
“주관적인 질문이고, 고려할 선수가 많다.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요한 크루이프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
언급한 선수들이 왜 위대하지?
“펠레는 브라질과 월드컵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 마라도나는 1986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 메시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골을 넣는 능력 (…), 호날두는 수많은 타이틀과 상을 가진 (…), 크루이프는 경기장에서의 지능으로 인해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올림픽 출전 선수는 누구지?
“이 질문도 주관적이고, 고려할 선수가 많다. 마이클 펠프스, 칼 루이스, 파보 누르미, 제시 오언스, 우사인 볼트를 포함할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종목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추신수. [DKNTV 캡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추신수. [DKNTV 캡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내 생각과 비교해 본다. 제작사인 오픈AI는 챗GPT를 2021년 자료까지로만 학습시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답이 2023년 시점의 기대와 다소 차이 날 때가 있다. 대답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집착도 느껴진다. 간혹 엉뚱한 대답도 나온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국 스포츠 선수’를 묻자, 박지성·김연아·손흥민과 리총웨이를 꼽는다. 리총웨이는 말레이시아 배드민턴 선수인데.

‘가장’ 위대한 건 하나뿐이지 않나. 그래서 똑 떨어지는 대답을 기대했는데, 나열식 대답은 좀 실망스럽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위대하다는 것에 똑 떨어지는 대답이 있을 수 없기도 하다.

챗GPT 대답 속 선수들이 위대한 이유는 제각각인데, 그 선수의 위대함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손차박 논쟁’(손흥민·차범근·박지성 중 가장 위대한 한국 축구선수를 꼽는 논쟁)에서도 위대함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연초 스포츠계에서는 대기록을 세우며 위대한 선수 반열에 이름을 더한 이들이 있다. 노바크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에서 최다인 22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카림 압둘자바를 넘어 미국 프로농구(NBA) 통산 최다득점(3만8390점, 8일 기준)의 새 주인공이 됐다. 기단부터 한 단씩 쌓아 올린 공든 탑이다.

한국인 야구선수 중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가장 성공적인 타자(야수)라면 단연 추신수다. 2021년 귀국해 프로야구 SSG에서 성공적인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전 학교폭력을 감싸는 듯한 라디오 인터뷰 발언으로 과거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위대함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은 드러나는 순간 더 뼈아프다. 리쌍 노래던가, “겸손은 힘들어”라고. 계속 위대하기도 힘든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