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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장사 없네, 8년간 늘기만 하던 주담대 첫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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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1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한 달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주담대 규모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는 치솟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담대를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은 8조원 감소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9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대비 6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의 경우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모기지(1조7000억원)와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3000억원)은 늘었지만, 전세대출(-1조8000억원)과 일반개별대출(-2000억원)은 감소하면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주담대(-6000억원)가 줄면서 전체 금융권 주담대 증감액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주담대가 감소한 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주택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끌어올렸고, 이는 주담대를 포함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선 빚부터 갚는 게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라는 인식이 퍼졌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1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높아진 데다 부동산 경기도 부진해 신규주택자금 수요가 많지 않아 정체 상태”라며 “하지만 여전히 집단대출 수요가 있고 곧 이사 철 전세자금 대출 등도 다시 늘 수 있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감소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2금융권 주담대는 이미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5000억원), 12월(-1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자제 권고로 예금금리는 못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리다보니 제2금융권의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담보물인 주택 가격은 내려갈 걸로 예상되니 신규대출은 줄이고,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은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과 취약차주가 ‘대출 보릿고개’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할 경우 부동산 자산 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지수는 모든 업권에서 마이너스를 기록,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상호금융조합(-52), 상호저축은행(-45), 신용카드회사(-31), 생명보험회사(-19) 등으로 모두 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대출태도지수는 100부터 -100까지로 마이너스를 보이면 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편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이 5조2000억원 줄어든 것을 포함해서 8조원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은 -1.0%로 작년 11월(-0.3%)과 12월(-0.5%)에 비해 감소 폭이 커졌다.

금융기관별로는 은행권에서 4조6000억원, 제2금융권에서 3조4000억원 빠졌다. 대체로 1월엔 비정기 급여(상여금 등)가 있어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고려하더라도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 폭(-4조6000억원)은 해당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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