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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사라진 사이판, 한국인 놀이터 됐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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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이판에 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마나가하 섬을 지난 1월 찾았다. 코로나 확산 전보다 한가로운 분위기로,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사이판에 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마나가하 섬을 지난 1월 찾았다. 코로나 확산 전보다 한가로운 분위기로,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현재 사이판 관광 시장의 큰손은 누가 뭐래도 한국이다. 지난해 사이판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 7만8918명 중 한국인이 7만3613명이었다. 외국인 점유율 93%. 사이판 인구(약 4만3000명)보다도 많다. 한국인의 사이판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리아 카바나 북마리아나 관광청 부위원장은 “사이판 관광 시장 전체가 한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자 줄며 한산…대기 없이 액티비티

타포차우 산비탈을 내달리는 ATV 체험. 남부 해안을 내다보며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타포차우 산비탈을 내달리는 ATV 체험. 남부 해안을 내다보며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1월 11일 밤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으로 날아갔다. 인천에서 출국 수속하는 데 2시간을 보냈고 기내는 한국인으로 꽉꽉 찼지만, 막상 사이판에 닿으니 다른 세상처럼 한가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항공편이 80%가량 준 데다 중국인 여행자가 사라진 영향이었다. 사이판 현지 여행사와 한인 식당에서 “1년 반 이상 손님을 못 받았다” “지금 규모로는 힘들다”는 푸념을 들었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득이 컸다. 어디를 가든 대기 시간 없이 액티비티를 즐겼고, 그림 같은 풍경을 독차지한 채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였다.

사이판의 액티비티 천국으로 불리는 ‘마나가하 섬’의 분위기도 그랬다. 소위 도떼기시장 급으로 인파가 몰렸던 이곳도 부두 앞 해변만 북적일 뿐이었다. 낙하산을 타고 패러세일링 하며 내려다본 마나가하 섬은 그저 무인도처럼 고요하고 아늑했다.

다이빙 성지로 통하는 사이판 북부의 그로토 수중 동굴. 햇빛에 따라 물빛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다이빙 성지로 통하는 사이판 북부의 그로토 수중 동굴. 햇빛에 따라 물빛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사이판은 제주도의 10분의 1 크기다. 작고 심심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화끈한 놀거리도 있었다. 북부 지역에서는 ‘그로토’라는 이름의 수중 동굴이 흥미로웠다.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아래 수심 20m가량의 바닷물이 차 있는데, 이곳에서 대략 50명이 한꺼번에 다이빙하고 스노클링을 즐겼다. 날카로운 종유석이 촘촘히 달린 꼴이 꼭 악마가 입을 쫙 벌리고 있는 형상이었다.

사이판 최고봉인 타포차우산(474m)도 짜릿했다.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사륜 오토바이(ATV)를 몰고 언덕에 올랐다. 온몸이 진흙 범벅이 됐지만, 남부 해안을 굽어보며 질주하는 묘미가 굉장했다.

3개 호텔 자유이용권 ‘사이판 플렉스’

요즘 사이판에서는 전용 패스포트들 들고 코럴 오션리조트 , 켄싱턴호텔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이판 플렉스’ 상품이 인기다.

요즘 사이판에서는 전용 패스포트들 들고 코럴 오션리조트 , 켄싱턴호텔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이판 플렉스’ 상품이 인기다.

사이판 여행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절대 다수다. 대부분이 해변을 낀 리조트에서 3일 이상 묵으며, 문자 그대로 ‘편안히 쉬며 몸과 마음을 보양’하는 휴양(休養)에 집중한다. 사이판 여행 문화는 코로나를 겪으며 꽤 많이 달라졌다. 요약하자면 더 럭셔리하고 젊어졌다. 코로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연히 한국인 여행자의 높아진 안목과 취향이 기준이 됐다.

요즘 사이판에서는 전용 패스포트들 들고 코럴 오션리조트 , 켄싱턴호텔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이판 플렉스’ 상품이 인기다.

요즘 사이판에서는 전용 패스포트들 들고 코럴 오션리조트 , 켄싱턴호텔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이판 플렉스’ 상품이 인기다.

이를테면 35년 역사의 골프리조트 ‘코럴 오션리조트’는 코로나 기간 낡은 시설을 허물고, 비치 클럽 콘셉트의 야외 수영장과 인스타그래머블한 조형물을 들였다. 덕분에 최근 한국에는 골프장보다 풀 파티로 입소문이 났단다. 박은평 리조트 총지배인은 “지난해 신규 고객 중 20, 30세대가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귀띔했다.

요즘 사이판에서는 전용 패스포트들 들고 코럴 오션리조트 , 켄싱턴호텔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이판 플렉스’ 상품이 인기다.

요즘 사이판에서는 전용 패스포트들 들고 코럴 오션리조트 , 켄싱턴호텔 등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이판 플렉스’ 상품이 인기다.

코럴 오션리조트와 같은 이랜드 자회사인 켄싱턴호텔, PIC사이판과 연계한 일명 ‘사이판 플렉스’도 지난해 9월 선보여 히트 상품이 됐다. 세 개 호텔·리조트의 부대시설을 모두 즐기는 일종의 자유 이용권인데, 국내 호캉스족의 호응이 크단다. PIC사이판에는 대형 워터파크가 있고, 켄싱턴호텔은 미식에 강점이 있다. 서로 장점이 달라 골라 즐기는 재미가 컸다.

사이판에서의 일과는 대략 이런 식이었다. 켄싱턴호텔에서 모둠회와 애프터눈티를 즐긴 다음, PIC리조트에서 원주민 공연을 보고, 코럴 오션리조트에 돌아와 풀 파티를 즐기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리조트와 호텔에만 머물렀지만, 여느 여행 못지않게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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