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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로 명품 사고, 직원은 가짜…웹툰작가·연예인 딱 걸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플루언서 등 신종·지역 토착 사업자 세무조사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플루언서 등 신종·지역 토착 사업자 세무조사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연예인·웹툰작가·유튜버·운동선수·프로게이머 등 주요 인플루언서가 무더기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이 이들에 대한 탈세 혐의를 포착하면서다. 현금으로 거둔 소득의 신고를 누락하거나 법인을 세워 친·인척을 직원으로 등록해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수법 등이 적발됐다.

9일 국세청은 인기와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 고수익을 누리면서도 세금을 불법적으로 회피한 탈세 혐의자 8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중엔 방송작가 출신 연예인 A씨도 포함됐다. A씨는 가족 명의로 1인 법인을 설립한 뒤 수입금액을 분산하고,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했다. 가족들에게 인건비를 주면서 법인세는 줄이기 위해서다. A씨는 각종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하고 있다.

유명 웹툰작가 B씨는 자신이 세운 법인에 저작권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분산해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저작권을 가진 법인이 웹툰 플랫폼으로부터 정산을 받고, 부가가치세 신고 등은 누락했다. 법인에는 가족을 직원으로 등록해 인건비를 받았다. B씨는 법인 명의로 페라리 등 수퍼카 여러 대를 대여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명품 등 고가의 사치품을 SNS에 올려 과시하기도 했는데 이마저도 법인카드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웹툰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84명의 이번 세무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유튜버 등 SNS 유명인이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수입 또한 늘어난 유튜버·인플루언서가 대표적이다. 한 주식 유튜버는 온라인 투자정보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면서 강의 판매 수입 수십억원을 차명계좌나 가상화폐로 받아 신고를 누락했다. 유튜브 채널은 자녀 명의 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했다. 유튜버 중엔 조회 수 수익은 신고하면서도 구독자에게서 따로 받은 후원금이나 광고 수입은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의류를 판매하면서 계좌 이체를 통한 결제를 유도한 인플루언서도 국세청 단속망에 적발됐다. 그는 계좌 이체로 받은 돈은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는 식으로 수입금액을 축소했다. 탈루한 소득으론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고, 법인카드를 피부관리와 자녀 교육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조사 대상엔 국외 발생 소득을 누락한 프로게이머가 여럿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타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야구와 골프선수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건설·유통업을 하면서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지역 유지’ 21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대상 중엔 누락 세금이 100억원에 달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무형의 자산인 인기와 개별적인 재능을 이용해 돈을 버는 만큼 사업구조가 단순하다. 그러다 보니 탈세 수법도 친·인척 인건비 허위 지급, 현금 소득 신고 누락 등이 많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20~30대 젊은 나이에 한순간 고소득을 거두다 보니 탈세에 대한 유혹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의 사랑 등에 기초해 고소득을 누리는 이들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인이 다수 포함됐지만, 국세청은 납세자 정보를 누설해선 안 된다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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