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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곽상도 무죄’는 ‘김학의 무죄’ 데자뷔?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2.8/뉴스1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2.8/뉴스1

1.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무죄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곽상도의 아들이 대장동 주범 김만배 회사(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 받은 것이 ‘뇌물이 아니다’란 판결입니다. 김만배 뇌물제공도 무죄입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이준철 부장판사) 저격글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2. 판결문의 무죄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50억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지만, 무엇인가 대가로 건넨 돈(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되는 사정도 있지만, 결혼해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아들이 받은 이익(50억)을 곽상도가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

3. 판사가 소극적으로 법적용을 했습니다.
퇴직금 50억은 정상이 아닙니다. 분명 댓가성이 있습니다. 아들이 결혼해 따로 산다고 해도 아버지와 경제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도 ‘제3자 뇌물’은 가능합니다.

4. 더욱이 판사는 정영학 녹취록을 ‘김만배의 허언(거짓말)’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준철 판사는 다른 대장동 재판도 맡고 있습니다. 대장동 비리의 종합보고서인 정영학 녹취록과 관련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후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도 무죄가 많아질 겁니다.

5. 그런데 판결문은 검찰수사의 부실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무죄)’
‘검사의 입증이 충분히 확신할 정도에 이르지 못할 경우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무죄)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인용)’

6. 판사는 무죄사유로 ‘검찰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일부에서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예컨대 검찰은 ‘50억 클럽’에 언급된 검찰고위직 출신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녹취증언을 추적하지 않았기에 판사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겁니다.

7. 역사는 반복됩니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대표사례는 김학의입니다.
김학의는 2013년 별장성접대 사건으로 낙마한 법무차관입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곽상도입니다. 김학의 임명 직전 별장성접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이후 김학의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과정에서 곽상도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8. 아이러니컬하게도 김학의는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박근혜 시절 검찰은 김학의를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김학의를 적폐로 지목했습니다. 뒤늦게 김학의를 구속했지만 결국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검찰 비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수처까지 만들었습니다.

9. 윤석열 정부출범과 함께 공수처는 허수아비가 됐습니다.
‘검찰선배 김학의를 감쌌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곽상도는 10년이 지난 지금 ‘검찰후배로부터 감싸임을 받았다’는 논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정권 바뀌면 또 검찰개혁으로 소란할까 지레 걱정됩니다.
〈칼럼니스트〉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