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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패싱' 다시 시동 건 野…간호법 등 7건 본회의 직회부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직회부’ 카드를 꺼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간호법 제정안 등 7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간호사법 등 7건을 본회의 직접 회부하는 법안에 관해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은 정춘숙 위원장이 투표하는 모습. 이날 투표 의결된 법안은 간호법안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모두 7건이다. 연합뉴스

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간호사법 등 7건을 본회의 직접 회부하는 법안에 관해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은 정춘숙 위원장이 투표하는 모습. 이날 투표 의결된 법안은 간호법안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모두 7건이다. 연합뉴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정춘숙 위원장은 무기명 투표를 통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쟁점법안 7건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등이다.

간호법은 복지위 위원 24명(민주당 14명, 국민의힘 9명, 정의당 1명) 가운데 16명이 찬성, 7명이 반대했고 1명이 무효표를 던졌다. 의료법 개정안 등 나머지 6개 법안에는 24명 중 16명이 찬성, 6명이 반대했고 무효표가 1표였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최소 1명이 각 법안의 직회부에 동의한 것이다.

본회의로 넘어간 법안 7건은 모두 그간 법사위에서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년 이상 계류돼 있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법 제86조 3항을 근거로 들며 직회부를 결정했다. 국회법 제86조 3항은 법사위가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5월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한 가운데 복지위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이후 의사협회의 반대 등 직역 간 갈등을 이유로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에 난색을 보이며 법사위에서 심사가 진척되지 않았다.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 기간이 끝나면 5년간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은 2021년 2월 복지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 “면허 취소 범위가 너무 넓은 과잉 입법”이라는 대한의사협회 반발이 거세지면서 2년간 법사위에서 표류했다. 지난 달 16일 여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는 “해당 법안들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간호법ㆍ의료법 등 7개 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법사위 심사를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법사위에 가 있는 걸 또다시 억지로 상임위로 끌고 오는 건 절차상 문제가 심각하고 전체 의원들에게도 모욕적인 것”이라며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폭거”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9일 “합의 처리를 수개월 간 요청해왔으나, 법사위는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제2소위에 법안들을 회부했다”며 “더 이상 기다릴 근거가 없다. 법사위에 상임위 중심주의가 무엇인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여당 위원장이 있는 법사위를 ‘패싱’하는 직회부 카드를 꺼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여당 반발 속에 국회 농해수위에서 쌀 의무매입을 규정한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복지위를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거야(巨野)’가 줄줄이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다수당의 책임”을 강조하며 법안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달 달 31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법사위가 게이트키핑(법안의 취사선택)을 하지 못 하게 하는 첫 사례로 양곡관리법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나머지 법들도 가급적 미루지 않고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이 지난 방송법 개정안이 다음 직회부 안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조승래 간사는 “법사위 회부 60일이 경과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방위가 필요에 따라 직회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이미 법사위의 시간은 끝났다”고 말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대통령이 나중에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그것은 대통령의 권한이고 일”이라며 “국회는 국회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반대로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역시 직회부 가능성이 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당내에서 이견이 있던 부분이 다 정리가 됐다”며 “2월 중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15일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 뒤 21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본회의 직회부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직회부를 정쟁 유발의 불쏘시개로 쓰겠단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복지위 소관 법안 7건 직회부는 의회주의와 상임위 존중주의에 대한 폭거”라며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정쟁 유발 의도 말고는 달리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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