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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판정 받으려 가짜 발작에 119 신고까지…조재성·송덕호 재판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8·OK금융그룹), 배우 송덕호(30) 등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받은 병역면탈자 42명이 결국 법정에 선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박은혜 부장검사)는 프로스포츠 선수와 배우 등 병역면탈자 42명, 그리고 이들을 도운 가족·지인 5명 등 모두 47명을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기소된 병역면탈자 중에는 조씨 이외에도 프로축구·골프·배드민턴·승마·육상·조정 등 운동선수 8명과 조연급 배우 송덕호(30)씨 등이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병역면탈자 42명은 브로커 구모(47·구속기소)씨로부터 ‘맞춤형’ 시나리오를 건네받아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한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거나 등급을 낮춘 혐의를 받는다.

의뢰인들은 뇌전증 발작이 왔다며 119에 신고해 응급실에 실려 가고 동네 병·의원과 대학병원 등 3차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1∼2년에 걸쳐 뇌전증 환자라는 허위기록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들은 뇌파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작 등 임상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면탈 범행 방법. 자료 서울남부지검

병역면탈 범행 방법. 자료 서울남부지검

함께 기소된 가족과 지인들은 브로커와 직접 계약하고 대가를 지급하거나, 119 신고 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병역 면탈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역면탈자들은 구씨에게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각각 300만∼6000만원을 건넸으며, 구씨가 이들에게서 받은 돈은 6억3425만원에 달했다.

구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의뢰인과 짜고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달 27일 첫 공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

검찰은 또다른 브로커 김모(38·구속기소)씨와 의뢰인들은 물론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의 병역면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병역면탈자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병역법에 따라 병역판정을 새로 받고 재입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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