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주했다 잡힌 김봉현 징역 30년…"반성 기미 없어 엄벌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이 10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라임 펀드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로, 이 사건 재판 진행 중 보석으로 풀려난 지난해 11월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지난해 12월 29일 붙잡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회장에게 징역 30년과 추징금 769억여원을, 공범 김중희 전 이사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한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의 상한은 징역 22년 4월이지만,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재판 도중 도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상한을 초과한 중형을 선고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 서울남부지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 서울남부지검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경제범죄의 피해규모가 무려 약 1258억원에 이르는 등 피해가 심각한데도 피고인은 피해자 대부분의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범행에서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부패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고 장기간 수사도 방해했다. 재판 과정에서 전자장치를 훼손하고 도주해 형사 책임을 부당하게 회피하려 하는 등 진지한 반성의 기미를 찾아보기 어려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2020년 5월 수원여객 등 회삿돈 약 13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해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혐의 총 20여개 중 5개를 제외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스타모빌리티 약 400억원 ▶재향군인회상조회 377억원 ▶수원여객 206억원 ▶스탠다드자산운용 15억원 등 회삿돈을 횡령하고 ▶보람상조의 향군상조회 인수 과정에서 250억원 ▶티볼리씨앤씨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송금받은 9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라임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에 관한 내부 문건을 건네 준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약 3700만원 등을 제공하고(뇌물공여), 수사 초기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김광우 전 수원여객 전무 등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도 유죄로 판결했다. 수원여객 관련 금전대차계약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도 함께 인정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만, 재판부는 수원여객 자금 횡령액 중 35억원은 단순 송금 행위일 뿐 횡령으로 볼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보람상조가 향군상조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실사를 막은 혐의(업무방해)는 보람상조의 실사 자체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사하을 지역위원장에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제공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돈이 오간 2018년 7~8월은 21대 총선 기준 약 21개월 전이어서 지역구 중심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아니라서 선거운동용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재판 결과와 같은 결론이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오른팔’로 수원여객·재향군인상조회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이사에 대해선 “대부분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랐고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았으나, 횡령으로 스타모빌리티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실형을 선고했다”며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와 관련한 미제 사건을 여전히 수사 중이다. 수사 진전 여부에 따라 향후 김 전 회장에 대한 추가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