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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vs '이수만 없는 SM' 충돌...고래 싸움에 웃는 일반주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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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프로듀서. 연합뉴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프로듀서. 연합뉴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의 승리로 끝난 듯했던 에스엠 엔터테인먼트(SM)에 대한 행동주의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영권 분쟁’으로 판이 커졌다. 발단은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SM 지분을 취득하며 2대 주주로 부상하면서다. 침묵을 고수하던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제3자에 대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맞대응에 나섰다.

‘고래’ 싸움을 바라보는 시장과 소액주주는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SM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7만원대였던 SM 주가는 지난 8일 9만8700원까지 오르며 10만원대 진입을 넘보고 있다. 9일에는 9만8500원으로 살짝 밀렸지만, 지분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며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전 포인트 1. 경영권 분쟁인가

이번 사안을 살펴볼 ‘첫 단추’는 현 상황이 경영권 분쟁이냐다. 이 전 프로듀서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의 안상현 변호사는 “이 전 프로듀서 역시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있었는데도, (그가) 완전히 배제된 채 이사회의 독단으로 지난 3일 'SM 3.0 전략'이 발표됐다”며 “경영권 분쟁 대상은 일단 현 경영진이고, 신주 배정을 받은 카카오 역시 전략적 제휴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현 경영진과 실제 어떤 관계인지 등이 앞으로 과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SM 3.0 전략은 이 전 프로듀서의 1인 프로듀서 체제 대신 멀티 제작 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반면 지난해 2월부터 SM에 행동주의를 전개해 온 얼라인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예 성립이 안 된다고 해석한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지분 1%를 가진 얼라인과 경영권 분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본인이 임명한 경영진이 본인에게 반하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그게 과연 경영권 분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전 포인트 2. 가처분 인용될까

경영권 분쟁 여부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은 법원의 가처분 판단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 등이 무산되고, 카카오는 2대 주주가 될 수 없다. 반대로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은 16%에서 18%로 회복된다. 이 전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거나 비싼 가격에 기존 지분을 매각할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되면 이 전 프로듀서는 지분을 팔기도 사기도 힘든 ‘외통수’에 빠질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는 1대 주주에게 큰 프리미엄을 준다”며 "가처분이 인용되면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에 프리미엄이 붙겠고, 기각되면 이 전 프로듀서의 경영권은 물론 1대 주주 자리도 흔들릴 수 있어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처분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현재 SM의 상황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낯선 사례’라서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제3자 신주 배정은 주로 최대주주가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 이번에는 최대주주가 아닌 사내 경영진이 제3자 신주 배정을 하고, 최대주주가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는 “대주주가 경영진을 교체하려는데 경영진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했다면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안은 경영권 분쟁 발생 상황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이 아니라 카카오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위한 신주발행이 있자 이 전 프로듀서 측이 이를 경영권 분쟁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여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사례에서 법원이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증자가 이뤄진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판례도 주목받는다.

이에 대해 화우 측은 “한진칼의 경우 국가 차원의 항공업 재편이란 큰 틀에서 나온 예외적인 판례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본 것”이라며 “경영진이 최대주주를 배신한 것이 한국에서 이례적이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인정되기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우 측은 “카카오의 지분 취득량이 단순 사업제휴로 보기에는 너무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향후 카카오 역시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관전 포인트 3. 3월 주주총회 표 대결? 혹은 지분 확보 경쟁?

얼라인과 이 전 프로듀서의 분쟁은 3월 주주총회(주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SM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끝나 이번 주총에서 모두 교체된다. 결국 이사회와 경영권을 두고 '이수만 대 반(反) 이수만 진영'이 치열한 표 대결도 불사할 수 있다. SM의 경우 소액주주 비율이 60%가 넘는다.

누가 이기든 SM 주가는 ‘무조건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총 표 대결에 이기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시장에서는 SM 지분 4.2%를 확보한 컴투스 등 '범 이수만 지분'(약 20%)과 얼라인 및 우호 주주, 카카오 등 SM 경영진 측 사이의 지분 확보 경쟁으로 단기적으로 SM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M의 '백기사'로 하이브가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지분 확보에 따른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하이브 측은 9일 SM에 대한 지분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에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최남곤 연구원은 “양측 모두 안정적 지분 확보가 중요한 만큼, 장내매수든 공개매수든 지분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며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공개매수 가격은 최소 12만~13만원이다.

한편, 얼라인 측은 이날 위법유지공개청구 내용을 공개하는 등 이 전 프로듀서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얼라인 측은 “(이 전 프로듀서의) 라이크 기획이 계약 종료 이후에도 70년 이상 음원 수익 중 6%를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SM 이사회에 이 계약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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