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 결과가 10일 오전 발표된다. 본경선에 나설 대표 후보 4명,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이 추려진다. 하루 앞둔 9일 후보들은 분주하게 표심 잡기에 나섰다.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한 행사장에서 보수단체인 새민연이 개최한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 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참석했다. 김 의원은 “대통합을 위해선 자랑스러운 국민의힘을 만드는 데 온몸을 던져 희생한 나 전 의원 같은 분이 앞장서 주셔야 한다”며 추켜세웠다. 그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저의 당선을 위해서 함께 하기로 나 전 의원과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라는 큰 대의를 앞에 두고 사사로운 생각들을 내려놓을 때”라며 호응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김 의원과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 7일 김 의원과 회동했을 때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재경 부산인 모임 ‘청조포럼’에서 “국민 통합의 첫 번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 살아 보세’ 아니겠느냐”며 “그 구호 하나로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해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얼마나 자랑스러우냐”고 말했다. 보수 성향 당원의 지지를 끌어내는 한편, 김 의원 측이 제기하는 정체성 논란에 대해 대응한 셈이다.
안 의원은 충북에서 당원들을 만난 뒤 “누구와 연대를 해서 특정 후보가 더 유리해진다는 주장은 전당대회의 핵심이 아니다”며 김 의원에 견제구를 날렸다.
①1위보다 치열한 4위 싸움
대표 선거 물밑에서는 예비경선 커트라인인 4위 안에 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김기현·안철수 의원 외에 팬덤을 가진 황교안 전 대표가 예비경선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상현·조경태 의원과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 3명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친이준석계인 천 위원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6~7일)에서 천 위원장은 3.3%를 얻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윤 의원(3.5%)과는 박빙이었고 조 의원(1.6%)에는 앞섰다. 천 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대통령 주변에 ‘윤핵관’같은 옛날 스타일의 정치를 하는 분이 많다”며 공세를 폈다.
윤 의원은 이날 경기 김포 소재 해병 2사단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 “튼튼한 안보가 우리를 지킨다. 멸공”이라고 쓰며 보수 성향 당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조 의원도 당원들을 두루 만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천 위원장이 선방하는 것은 맞지만, 현역 중진인 윤 의원과 조 의원의 조직표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②최고위원 예비후보 13명 중 5명은 탈락…현역 운명은?
13명의 예비후보 중 8명으로 추려지는 최고위원 예비경선도 관심이다. 13명 중 현역 의원은 총 6명(박성중·이만희·조수진·이용·태영호·허은아 의원)이다. 이들은 3선 의원 출신인 김재원 전 의원, 보수 유튜버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친윤계 김병민 전 비대위원, 친이준석계 정미경·김용태 전 최고위원, 친안철수계 문병호 전 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CBS·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3~5일)에서 박성중 의원(2.9%), 이용 의원(2.2%), 이만희 의원(1.4%)은 8위권 밖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현역 의원들이 방송 출연이 잦았던 원외 인사들에게 인지도 측면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비경선 선거인단은 6000명에 불과해 현역의 조직표 영향이 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③득표율·순위 공개 안 되는 예비경선…벌써 신경전
김 의원과 안 의원은 9일 거센 신경전을 벌였다. 한 인터넷 언론사가 당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예비경선 중간집계에서 김 의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에는 미달했다”고 보도하면서다. 예비경선 중간집계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일각에서는 “특정 캠프가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안 의원 측은 “제명도 불가피하다”며 당 선관위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 측은 “해당 보도는 김 의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로 흠집을 내고자 하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예비경선은 통과자만 발표할 뿐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에 10일 예비경선 결과가 나오면 통과 후보들은 각자 “내가 1위”라며 아전인수식 캠페인을 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④TK민심과 윤심의 영향은
이날 비대위가 확정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83만9569명 가운데 수도권(37.79%)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권역은 대구·경북(21.03%)이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TK에서는 나 전 의원을 불출마시킨 과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며 “TK 당원 마음을 돌리는 게 친윤계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은 예비선거에서도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야당이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하자, 강성 당원들 사이에선 “국정안정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를 밀자”는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