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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尹 발언 때문? KT 대표 찾기, 처음부터 다시…구현모도 지원

중앙일보

입력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를 다시 모집하기로 했다. 구현모 현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던 기존 절차는 중단한다. 금융지주사와 KT·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 현직 CEO들의 ‘셀프 연임’ 논란을 의식해 절차를 다시 밟는 것. 연임에 도전 중인 구 대표는 재공모에 참여해 ‘정면돌파’에 나선다.

무슨 일이야

KT는 9일 이사회를 열고 공개 경쟁 방식으로 대표 선임절차를 재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주요 이해관계자 등이 요청하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부합하고자 이같이 결정했다”며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됐던 구 대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심사에 앞서 KT는 후보자 검증을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의 외부 전문가들로 인선 자문단을 꾸리기로 했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이사진은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사외 지원자와 사내 후보자 명단,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 등 심사 절차와 단계별 심사 결과를 모두 공개할 예정. KT는 10일부터 공모 절차를 시작해 다음 달 7일경 최종후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게 왜 중요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현 정부와 여당은 KT 등 소유분산기업 기존 대표들의 연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또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며 소유가 분산된 기업은 (국민연금 등의)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가이드라인)’이 작동돼야 한다”며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어도 절차와 방식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나 KT, 포스코 등 여러 기관이 지분을 가진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한 것.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13%)도 구 대표의 연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KT의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라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에 앞서 KT는 이미 한 차례 CEO 후보 평가를 다시 치렀다.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CEO에 대해 이사회가 우선 검토후 ‘연임 적격’ 판정을 내리자 ‘셀프 연임’이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 하지만 재평가 과정에서 KT 이사회가 사내외 27명의 후보 명단과 심사과정을 비공개에 부쳐 ‘깜깜이 논란’이 다시 나왔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CEO 공모를 다시 원점으로 돌린 것.

연임 도전은 계속?

구 대표는 연임에 계속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구 대표는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비공개 기업 설명회에 참석해 지난해 KT의 실적과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표 후보 선임절차가 재추진되자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계획했던 해외 출장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구 대표는 오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해 기업 간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KT의 외국인 지분이 40% 이상인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경영 성과를 직접 알린다는 목적이 크다.

믿을 건 실적뿐

이날 KT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25조원(연결기준)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 늘어난 수치. 영업이익은 1조6901억원으로 1.1% 증가했다.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에 힘입어 관련 서비스 매출이 7.3%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5G 가입자가 늘며 무선사업 역시 매출이 증가했다.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 통신3사는 지난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KT의 호실적은 투자자들에게 구 대표의 연임 필요성을 호소하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20년 디지코 선언 이후 디지털 플랫폼 사업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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