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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번엔 '분노의 우산 시위' …1만명 은퇴자들 거리 메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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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청 앞에서 퇴직자 1만여명이 모여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RFA 캡쳐

지난 8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청 앞에서 퇴직자 1만여명이 모여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RFA 캡쳐

8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1만여 명의 퇴직 노인들이 비를 맞으며 시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의료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9일 보도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의료보조금의 약 70%를 삭감당해 퇴직자 200여만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만일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 대규모 항의 집회를 다시 열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8시경 시청 앞에 모인 시위대 1만여 명은 우산을 쓴 채 전동 사륜차로 도로를 막고 인터내셔널가(국제공산당가)를 부르며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우한강철을 퇴직한 노동자였으며, 다른 국영기업 퇴직자도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 1998년부터 매달 260위안(약 4만8000원) 정도의 의약품 구매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아왔지만 최근 발표된 ‘우한시 노동자 기본의료보험 문진 공제 보장실시 세칙’에 따라 보조금이 82~88위안(1만5000원~1만6000원)으로 70% 가까이 줄어들자 집단 항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정부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을 경우 오는 15일 퇴직군인까지 합세해 중산공원에서 권익수호 집회를 개최한 뒤 이어 시청까지 거리 행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 관련 뉴스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차단됐지만, 해외 트위터를 통해 유포됐다. 중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중국 네티즌들은 우한 의료보장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8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청 앞에서 퇴직자 1만여명이 모여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RFA 캡쳐

지난 8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청 앞에서 퇴직자 1만여명이 모여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RFA 캡쳐

한 네티즌은 “3년간 무료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한 대가가 이거냐”라며 당국을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정부가 밑바닥 서민의 의료비 현금을 떼갔다. 말끝마다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가”라며 보조금 삭감 조치를 성토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사회보장기금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통계에 따르면 사회보장기금은 이미 2013년 수입 부족으로 적자로 전환했고 적자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우한의 의료보장 시위가 중국 내 다른 시위를 촉발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말 젊은 학생들이 주도한 백지시위에 이어 노년층의 의료보험 시위까지 재현되면서 ‘군체성 사건(집단 시위를 일컫는 중국식 용어)’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차이샤(蔡霞) 전 중앙당교 교수는 9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인들이 이제 두려움을 떨쳐버렸다”며 “용감하게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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