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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횡령배임' 수사기밀 유출…수원지검 수사관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방울그룹의 배임·횡령 수사를 맡아 검찰 출신 그룹 감사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한 전 수원지검 형사6부 수사관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사 정보를 넘겨 받은 쌍방울그룹 감사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자료를 건네 받은 변호사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쌍방울 그룹의 수십억 상당의 달러 밀반출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해 10월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울 그룹의 수십억 상당의 달러 밀반출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해 10월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9일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검찰 수사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쌍방울그룹 감사 B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3년, C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범죄 사실에 반성하고 있지만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과 압색 집행 시기 등 기밀사항 유출 횟수와 내용의 중요성이 너무 크다”며 “기밀 유출로 인해 검찰 수사에 지장을 준 점과 공정한 법 집행을 훼손한 점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로부터 압색 집행 시기 등 수사 정보를 미리 전달 받은 B씨에 대해선 “기밀사항을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점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피의자 개인정보를 알게 된 후 행적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수원지검의 '쌍방울그룹의 배임·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다 검찰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던 B씨로부터 "검찰에서 무엇을 수사하고 있는지 범죄사실만이라도 좀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5월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한 뒤 수사대상자와 피의사실 등이 기재된 문서를 6장 분량으로 출력해 같은날 B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구속 수사했다. 지난해 6월 21일과 22일엔 B씨에게 카카오톡 음성 통화를 걸어 쌍방울그룹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과 압수수색 집행 시기를 누설한 혐의도 받았다.

A씨가 수사기밀을 유출한 직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은 캄보디아와 싱가포르 등지로 도피했다. 이어 하드디스크 교체 및 파괴 등 그룹 수사와 관련한 증거 인멸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법원은 수사기밀 정보를 제공 받은 B씨의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보를 제공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을 뿐, 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B씨로부터 수사기밀이 담긴 문서를 전달 받아 법무법인 사무실에 보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검사출신 변호사 C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B씨로부터 받은 문건에는 범죄 사실이 포함돼 있지 않고 동일 내용이 반복되는 등 기존 양식과 달라 검찰에서 유출됐다는 점을 몰랐을 것”이라며 "B씨가 문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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