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이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이에 공포에 질린 필리핀 여성 가정부 일부가 쿠웨이트를 떠나고 있고, 필리핀 정부는 자국 노동자들의 쿠웨이트 파견을 제한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아랍권 언론 알 아라비아와 필리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최근 쿠웨이트의 한 사막에서 필리핀 여성 줄레비라나라(35)의 시신이 발견됐다.
라나라의 시신은 화상을 입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부검결과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로 지목된 17세 남성은 시신 발견 하루 만에 쿠웨이트 보안군에 잡혔다. 이 남성은 라나라 고용주의 아들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전 라나라가 필리핀에 있는 가족에게 "고용주 아들이 무섭다"고 말한 것이 마지막 전화통화였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 내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 등 인권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양국 간의 노동자 보호 협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필리핀 이주노동부는 쿠웨이트 이주노동자 사무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신규 근로자 파견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필리핀 여성들의 귀국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알 아라비아에 따르면 사건 발생 4일 만에 최소 114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쿠웨이트를 떠났다. 수백 명의 여성도 주쿠웨이트 필리핀 대사관이 운영하는 응급 지원센터를 찾았고 이들 대부분은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는 약 26만명으로 주로 가사도우미다. 약 1억 1000만명의 필리핀 노동자 중 10명 중 1명은 필리핀 내 극심한 실업과 빈곤 문제로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쿠웨이트 내 필리핀 이주여성들의 학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월에는 한 필리핀 여성이 고용주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진 채 발견됐으며 2019년과 2018년에도 필리핀 여성들이 고용주에게 살해됐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자국민들의 쿠웨이트 근로 파견을 금지했다. 이에 쿠웨이트 당국이 피의자들을 처벌하고 양국이 노동자 보호 협정에 체결하면서 금지령이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