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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기 힘든 아침, '이것' 챙겨보세요 [쿠킹]

중앙일보

입력

잠에서 깨는 일은 본래 유쾌하지 않다. 즐겁게 눈뜨고 싶다면 시작하고픈 아침 루틴을 만들어보길.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려 먹는 식으로 말이다. 그 중 매거진 아침(Achim)의 편집장 윤진은 “아침마다 내가 좋아하는 한 끼를 잘 챙겨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용기와 재미를 얻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하루 중 아침을 가장 좋아한다. 패션 공부를 위해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방대한 맛과 디자인을 지닌 외국 시리얼에 매료됐고, 매일 새로운 시리얼을 골라 간단한 아침을 요리해 먹는 것이 하루의 원동력이 됐다. 그간 모은 시리얼 박스만 500여 종류, 수집한 아침 레시피 목록도 상당하다. 한국에 돌아와선 패션 브랜드 마케터로 근무하는 동시에 세계의 아침 레시피와 시리얼 리뷰, 포토 에세이 등을 담아 아침(Achim)을 만들었다. 지금은 아침과 관련된 더욱 다양한 영감과 레시피를 전하고 있다. 지난달 윤진을 만나 아침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매거진 아침(Achim)의 편집장, 윤진. 재미 삼아 한 호만 만들려던 매거진이 23호까지 이어졌다. 사진 송미성

매거진 아침(Achim)의 편집장, 윤진. 재미 삼아 한 호만 만들려던 매거진이 23호까지 이어졌다. 사진 송미성

아침이라는 시간에 꽂힌 계기는요.

뉴욕에서 유학하던 20대 초반 자기 통제력을 되찾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홀로 낯선 땅에 있다는 현실이 불안했고, 규칙적인 루틴 없이는 그 불안에 내가 너무나 흔들릴 것 같았죠. 또한 뉴욕에선 다양한 문화가 주는 자극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 자극으로 생긴 귀한 영감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전날 본 것과 들은 것, 만난 사람들, 나눴던 대화 등을 기록했어요. 그때 아침의 효용을 체감했죠. 외부의 방해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매거진 아침(Achim)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한국에 돌아와서 아침에 얻은 영감을 종이와 같은 물성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어요. 유학 시절 보고 듣고 먹은 것,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의 지면으로 충분히 구성될 수 있겠더라고요.

아침 루틴을 소개해주세요.

가장 먼저 사과 식초를 물에 희석해서 한 잔 마셔요. 간단한 묵상 후 한 시간 정도 매거진의 글감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나면 요가를 하고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씻어요. 뉴스나 음악을 들으면서 아침을 먹습니다. 외부의 소리를 들으면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달까요. 기본적인 틀은 이렇고, 여기에 유동적인 일정이 추가되죠.

아침 식사 메뉴는요.   

간단하지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호하는데 시리얼과 요거트를 주로 먹어요. 건강하게 아침을 먹고 시작할 때의 기분이 너무 좋고 온종일 그 만족감이 이어지거든요. 이렇게 자연스레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식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식문화를 말하는 걸까요. 

빠르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법이요. 바쁜 일정을 잘 소화하기 위해선 끼니를 거르면 안 돼요. 간소하더라도 제때 식사하며 나를 건강하게 채워야 합니다. 국내에선 식사 대용품이라고 하면 달달한 간식 수준의 시리얼과 에너지바 등이 전부지만, 해외에는 건강한 제품이 많아요. 매거진을 통해 건강한 간편식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이, 다양하게 발굴해가고 싶어요. 그리고 맛과 영양의 균형을 궁리하며 하루 세끼를 설계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제가 가장 중시하는 삶의 가치가 균형이거든요. 예컨대 전 매일 요가를 하는데, 너무 배고프면 힘을 쓸 수 없고, 너무 배부르면 동작이 굼떠지잖아요. 이를 고려해 운동 전후로 달걀과 곡물 셰이크 등 가볍게 에너지원이 될 것을 먹어줘요. 그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요기 후엔 든든한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요.

매거진 아침(Achim)에서 만든 시리얼북. 113개 브랜드의 시리얼 상자 300종을 소개한다. 사진 Achim

매거진 아침(Achim)에서 만든 시리얼북. 113개 브랜드의 시리얼 상자 300종을 소개한다. 사진 Achim

시리얼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요.  

미국에선 아침에 시리얼을 즐겨 먹잖아요. 저도 자연스럽게 각종 시리얼을 접하게 됐는데, 패키지 디자인이 하나같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제 아침에 예쁜 상자에 담긴 시리얼을 등장시키고, 그걸 예쁜 그릇에 담아 한 끼를 정성껏 먹는 기분에 취했죠. 그렇게 세계 각국의 시리얼을 직구하고, 패키지를 하나둘 모으다 보니까 어느덧 먹어본 시리얼 종류가 500개가 넘더라고요. 저에게 시리얼은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를 넘어 진정한 취미이자 엔터테인먼트예요.

집 곳곳에서 매거진과 관련된 소품과 포스터가 눈에 띈다. 사진 송미성

집 곳곳에서 매거진과 관련된 소품과 포스터가 눈에 띈다. 사진 송미성

아침 식사 필수 아이템을 꼽자면요.  

볼이요. 매일 아침으로 요거트나 시리얼을 먹으니까요. 칠 때 ‘통통’ 소리가 나는 가벼운 볼을 좋아하는데 특히 법랑 그릇을 좋아하고 아껴요 한국에서 생산되는 법랑 브랜드가 많지 않은데 최근 남대문에서 너무 예쁜 법랑 그릇을 만드는 국내 브랜드를 찾았어요. 그런 발견이 식사에 재미를 더하죠.

만족스러운 아침을 가름하는 기준은 뭔가요.

아침 먹기, 요가 하기 등의 아침 일정을 차질 없이 완수하는 거요. 그 성취감이 만족스러운 하루를 이끄는 정신적 동력이 돼요. 저에게 아침은 ‘윤진 중심적인 시간’이에요. 그 누구의 방해 없이, 연료를 풀로 채우는 시간이죠. 그래서 아침엔 매우 예민해요.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제가 계획한 대로만 움직이죠. 그러나 이 시간이 채워지면 그 이후의 시간에선 굉장히 유연한 사람이 돼요. 상대의 뜻대로 맞춰줄 여유가 생기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예민해지지 않죠. 아침에 충전한 내부의 에너지가 외부의 부정적 타격을 막아준달까요.

집에서의 식사는 주로 어떻게 해결하죠.

직접 요리해 먹어요. 배달요리도 아예 안 시키고요. 저는 소위 ‘냉장고 털어먹기’를 놀이처럼 즐깁니다. 레시피를 잘 몰라도, 재료 몇 개가 없어도 괜찮아요. 탄수화물,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 간의 밸런스가 크게 깨지지 않는 한, 집에 있는 식재료로 뭐든 만들어 봅니다. 마음을 가볍게 먹으면 요리는 매일의 놀이가 돼요. 또 음식이란 내 몸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거잖아요. 이처럼 확실한 자극을 주는 놀이가 있을까 싶어요.

지난 겨울에 발행된 아침(Achim) 23호. 집을 주제로 한 에세이와 인터뷰, 시리얼 리뷰 등을 담았다. 사진 Achim

지난 겨울에 발행된 아침(Achim) 23호. 집을 주제로 한 에세이와 인터뷰, 시리얼 리뷰 등을 담았다. 사진 Achim

집밥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예전에는 집밥이라 하면 ‘본가에서 먹는 엄마가 해준 밥’을 떠올렸는데요. 그럼 홀로 하는 식사는 집밥이 아닐까요. 그것도 집밥이죠. 독립 후 저에게 집밥은 하나의 ‘놀이’예요. 뇌와 손을 휴대폰과 컴퓨터로부터 해방시키는 감각 놀이요. 부담 없이 창의력을 발휘해보는 활동이죠. 말도 안 되는 메뉴들도 많이 만들어요. 오늘 싼 점심 도시락도 토마토랑 미니 양배추를 구워, 병아리콩과 달걀을 곁들인 저만의 메뉴죠. 지나치게 간소하지만(웃음), 그렇게 내 손으로 만든 집밥은 완성도와 양을 떠나서 포만감이 높아요.

최근에 만든 집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시리얼 팬케이크요. 팬케이크에 크리스피한 시리얼을 토핑으로 올렸는데 무척 맛있었어요. 팬케이크는 주말 아침에 한 주간 고생한 나에게 보상처럼 만들어 주는 요리인데, 좋아하는 시리얼까지 더하니 두배 더 행복하더라고요. 거창한 요리는 아니더라도 나만의 레시피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집에 다른 이를 초대하기도 하나요.   

네.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아 밥 한번 먹자는 말이 나오면 “그냥 우리 집에 와. 요리해줄게”라고 해요. 퇴사하기 전엔 회사 동료들을 집에 자주 초대했어요. 저를 시작으로 회사에서 집들이가 하나의 놀이처럼 되어 자취하는 팀원들끼리 돌아가면서 집들이를 하기도 했죠. 상대에게 정성을 담아 예쁜 한 끼를 차려주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식사 초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요.   

사적인 생활공간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렇기에 구구절절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편해요. 이 사람이 무슨 향수를 뿌리는지, 읽는 책이 뭔지,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인지, 집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잖아요. 집에서 함께하는 식사만큼 효과적인 자기소개, 또 관계 맺기에 좋은 시작이 없죠.

윤진의 아침 레시피, 프렌치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 사진 윤진

프렌치 토스트. 사진 윤진

재료 (1인분)
식빵 1장, 우유 3/2컵, 달걀 2개, 버터 조금, 시나몬 가루 조금, 바닐라 에센스 1작은술, 그래놀라 한 줌, 메이플 시럽

만드는 법
① 옴폭한 그릇에 달걀을 먼저 푼 뒤 우유, 시나몬 가루 그리고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잘 섞어준다.
② 식빵을 ①에 푹 적셔 잘 흡수시킨다.
③ 포크로 꾹꾹 눌러주면 도움이 된다.
④ 하루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고 충분히 흡수될 수 있도록 한다.
⑤ 팬에 버터를 올려 골고루 녹이고 약불에 예열해 준다.
⑥ 3분 정도 예열한 팬에 식빵을 올린다. 앞뒤로 골고루 익힌다.
⑦ 그래놀라나 살짝 부순 시리얼을 토핑으로 올린다.
⑧ 좀 더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마지막으로 꿀이나 메이플 시럽을 뿌려준다.

황희원 쿠킹 인턴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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