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컬처, 지금 정점에 있어" 〈미나리〉 이인아PD가 말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태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Editor's Note

영화 〈미나리〉에는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은 스태프가 있습니다.

바로 이인아 프로듀서입니다. 배우 윤여정·한예리 캐스팅을 제안하고, 미국까지 날아가 촬영 현장을 챙겼죠.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동행한 숨은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계 무대서 광고·영화 커리어를 30년간 이어왔습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든 빔 벤더스 감독의 프로듀서로 일했고, 현재 독일 광고회사 마켄필름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죠.

“프로듀서는 뭘 하는 사람인가요?” 그에게 묻자 ‘매치메이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각 기질과 역량, 환경을 조율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란 거죠.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의 22화 중 일부입니다.

서울 강남 마켄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아PD [사진 최지훈]

서울 강남 마켄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아PD [사진 최지훈]

한국 문화 열풍은 언제까지? 

영화 〈미나리〉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정이삭 감독이 각본을 건네줬어요. 한국계 이민자의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영화라는 설명과 함께요. 저 또한 독일에서 자란 한국인으로서 시나리오에 더 애정이 갔죠. 제작이 결정된 후, 정 감독이 제게 캐스팅이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순자’ 역에 윤여정 선생님, ‘모니카’ 역에 한예리 씨가 떠올라 만남을 주선했죠.

촬영현장도 직접 챙겼다고요.

저를 라인프로듀서(프로덕션·제작 현장 진행 담당)로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이 영화에서 저는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그저 제가 제안한 캐스팅이 이뤄지면서, 이 배우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것뿐이었어요.

특히나 영화 촬영이 한여름 오클라호마 주의 털사(Tulsa)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아서 더 그랬죠. 예산이 워낙 적어서, 배우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찍을까봐 걱정됐어요. 물론 이 영화가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마침 촬영 기간과 휴가 기간이 겹쳐서 미국으로 직접 건너갔어요. 배우들 숙소에서 요리를 하거나 촬영 현장까지 배우들을 차로 데려다주는 등의 일을 했어요.

흥행을 예상했나요?

전혀요. 한국어로 된 영화에 이렇게 세계적으로 열렬한 반응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죠. 보편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이민자라는 소수 집단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영화니까요.

운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전 세계 어디서든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이고, 직전 해 〈기생충〉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도 있었고요.

이인아 PD는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동행했다. [사진 이인아]

이인아 PD는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동행했다. [사진 이인아]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성장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요.

지금 정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느끼기엔 독식하고 있다 싶을 정도예요. 

아주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죠. 간혹 이 한국 문화의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하는 주변인들의 질문을 받는데요. 저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라고 이야기해요. Just enjoy it! (그저 즐기세요!)

30년 커리어, 중요한 건 '태도'

과거와 달리 다변화된 환경에서, 어디에 중점을 둬 일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영상을 스마트폰처럼 작은 스크린에서 보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어요. 관객들이 집중하는 시간도 굉장히 짧죠. 이런 변화에 맞춰 제작 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이렇게 빠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선택의 문제라는 거예요. 불평불만하며 안일하게 있을지, 하고 싶은 걸 찾아 창의적으로 펼쳐보려 할지요. 기술과 환경의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태도로, 어떻게 일할지는 그에 상관없이 내가 선택할 수 있잖아요.

트렌드를 잘 좇으라는 건 아니에요. 트렌드는 현상이고, 관심을 가지는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트렌드를 만들거나 주도한다기보다, 그걸 바탕으로 나의 관심사를 펼쳐놓으려 해요. 포맷과 환경에 너무 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계속 하면 좋겠어요.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독일에서 태어났어요. 슈피겔TV에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8년간 일한 후 할리우드 광고회사로 옮겼어요. 독일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아는 감독이 저에게 리들리 스콧 어소시에이트(Ridley Scott Associates, RSA)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이 만든 광고 및 뮤직비디오 제작사인데요. 광고 회사 일은 이전에 해본 적 없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예상했지만, 광고는 전혀 다른 일이었어요. 다시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일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바닥부터 배워야 일을 제대로 익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감독님 옆에서 모든 일을 흡수하고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의 앵글로 촬영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게 이후 영화 프로듀서로 일할 때도 큰 도움이 됐고요.

영화 프로듀서로 전환한 계기가 뭔가요?

시작은 우연이었어요. 영화 학교를 갓 졸업한 동료가 있었는데, 빔 벤더스가 어시스턴트를 찾는다며 지원해보라고 했어요. 제 반응은 “내가 왜?”였어요. 빔 벤더스도, 독립영화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웃음).

친구는 빔 벤더스 감독이 나이가 많으니, 나중에 마음 바뀌었을 때는 이미 돌아가신 뒤일지 모른다며 강하게 설득했어요. 마지 못해 면접을 보러 갔죠. 그렇게 빔 벤더스와의 인연도, 영화 쪽 커리어도 시작됐어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사실 당시 빔 벤더스 감독님은 환갑도 안 됐더라고요(웃음).

빔 밴더스 감독과 작업 중인 이인아PD. [사진 이인아]

빔 밴더스 감독과 작업 중인 이인아PD. [사진 이인아]

아시겠지만 빔 벤더스는 세계적인 감독이죠. 어시트턴트로 합류해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과 〈밀리언 달러 호텔Million Dollar Hotel〉에 참여했고요. 본격적으로 프로듀서를 맡아 〈랜드 오브 플렌티(Land Of Plenty)〉 〈돈 컴 노킹(Don’t Come Knocking)〉을 만들었어요. 7년이나 함께 일했네요.

함께 일해보니 어땠나요?

정말 좋았어요. 오래 함께했다는 것 자체가 방증이죠.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접근 방식이 특히 좋았어요. 영화에 본인을 고스란히 담아내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죠. 영화 한 편 한 편을 마치 자식처럼 대하셨어요. 다른 여러 스킬보다도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현재 주로 시간을 쏟는 프로젝트는 뭔가요?

광고회사 마켄필름의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2013년 독일로 돌아와 마켄필름 일을 맡게 됐는데요. 그때부터 광고에 집중해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요. 좋은 오리지널 스토리의 영상화 기획 개발 일도 하고 있어요.

광고와 영화는 성격도, 종류도 다른데요. 둘을 병행하는 이유는 뭔가요?

광고와 영화는 완전히 다른 세계예요. 호흡, 러닝타임, 시각 등 모두 다르죠. 영화는 감독의 시각을 통해 주제를 표현하지만, 광고는 광고주의 입장이 중요하죠. 영화는 예술적인 표현을 궁극으로 한다면, 광고는 제품을 극강으로 표현해 셀링하죠. 두 작업 다 즐기며 일하고 있어요. 제작하는 일 자체를 좋아하거든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어디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지 찾아내는 일을요.

프로듀서의 일은 '아이디어를 물리적으로 실행하는 것'이에요.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요. 때로는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광고와 영화 작업 둘 다 무척 재밌습니다.

동료들이 말하는 '이인아PD'는 어떤 사람인가요?

'독일스럽다'고들 해요. 정확하게 일하는 것,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 시간 약속에 철저한 걸 좋아해요. 기대치도 높은 편이고요. 이 부분을 어려워하는 동료들이 더러 있었어요.

개개인의 잠재력을 잘 캐치하는 것 같단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좋은 팀을 꾸려서 함께 재밌게 일하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즐겁고요. 삶에서 일의 비중이 큰 편이기 때문에, 일할 때 만나는 사람들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그게 제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프로듀서의 중요한 자질, ‘매치메이킹’

프로듀서로 오래 일해왔는데요. PD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저는 PD를 매치메이커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다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동료,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동료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각자의 기질과 역량, 환경 등을 잘 매치해서 합의점을 찾는 거죠. 특히 PD는 전체적인 환경에 정확히 맞춰 크루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크루가 조화롭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 줄 알아야 해요.

좋은 매치메이킹을 위해선 2가지가 필요한데요.
(후략)

※인터뷰 전문은 콘텐트 구독서비스 '폴인'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콘텐트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콘텐트 업계의 변화와 함께 일과 삶의 철학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인터뷰 전문은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