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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민간단체 ‘기부금 사고’ 예방할 대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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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혜준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김혜준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지난해 9월 필자의 사무실로 감사원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차원에서 진행한 ‘탈북 청소년 대상 아빠 미소 꿈 멘토링’ 사업에 대해 간단히 문의했다.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지난 연말에 정부가 7년간 진행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발표를 접했다.

2013년부터 비정부조직(NGO)을 운영해온 필자는 이번 기회에 NGO의 순수성과 책임성이 제대로 정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NGO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어떻게 하면 NGO 본연의 가치를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

손가락질 받을 시민단체 적잖아
세법의 기부금 단체 제도 활용해
국민이 기부할 NGO 고르게 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비영리 민간단체란 일반적으로 NGO 또는 비영리조직(NPO) 같은 의미인데, 이번에 문제 된 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른 단체들이다. 이 법은 사업의 수혜자 구성, 이익 분배, 비정치성·비종교성, 상시 구성원 수, 공익활동 실적 등의 세부 요건을 적시하고 있으니 조금 더 좁혀진 NGO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일반 국민은 왜 NGO에 기부하고 또 정부는 국고로 지원할까. 정부나 시장이 그 속성상 수행하기 어렵거나 놓치기 쉬운 공익적 과제를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으로 꽤 효과적으로 해결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손뼉 칠 일을 더 잘하라고 기부도 하고 혈세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NGO의 가치이자 존재 이유다.

그러나 현실에선 박수 대신 손가락질을 받는 NGO도 적지 않다. 단체 대표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쓰라는 후원금을 사적으로 횡령·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교복 입은 중고생들이 6개월도 안 된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를 열고,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에 정치인을 불러 사업과 무관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로 지원금을 전액 회수당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같은 보조금 지원 방식은 정치적 이해와 도덕적 해이 등으로 공정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채찍을 높이 들면 창의와 자율이라는 NGO의 정신이 움츠러든다. 이번에 지원 사업 논란을 계기로 관리·감독 강화라는 네거티브(negative) 대응으로 귀결될까 걱정이 많다. NGO 관계자들은 성향상 정부 간섭에 예민해서 네거티브는 득보다 실이 될 공산이 크다.

필자는 NGO를 향한 국민의 박수가 곧 후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제안한다. 이미 시행 중인 세법의 ‘기부금 단체’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기부금 단체’는 ‘법정 기부금 단체’와 ‘지정 기부금 단체’로 나뉜다. 기부금 단체는 기부자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고, 기부자는 기부금만큼 손비로 처리하거나 세액공제를 통해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기부금 단체의 문호를 더 넓히고 혜택도 좀 더 늘려 세금을 지원받을 NGO를 담세자인 국민이 직접 선택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NGO 다운 NGO가 기부자들의 선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이 더 쉽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면 된다.

국세청이 홈택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부금 단체 간편 조회 서비스’를 고도화해 국민이 기부하고 싶은 NGO를 선택하기 쉽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기부금 단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아둔 일종의 플랫폼을 설치·운영하면 어떨까. 이 플랫폼에 영국의 자선위원회 같은 전문성 있는 기구를 연계시켜 단체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영국의 자선위원회는 자선단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증진하기 위해 2005년에 설립된 기구다.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로, 자선단체의 자격을 심사하고 거버넌스와 모금 및 재정 관리 등에 대한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국민이 직접 선택해 기부하고 세액공제로 돌려받음으로써 NGO를 지원하고 또 바로잡자는 것이다. 정치후원금 제도가 비교적 성공한 것처럼 이런 방식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면서도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혜준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