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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야 방구야…'농협은행'이 예쁘다는 뜻 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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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너 오늘 진짜 농협은행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중년세대는 ‘이게 말이가 방구가?’ 의아해하겠지만, Z세대는 금세 얼굴이 달아오를 것이다. ‘농협은행’은 ‘너무 예쁘다’는 뜻의 신조어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편의점에서 야간 업무 중인 알바생에게 한 외국인이 다가와 물었다. “너무 예쁘네요, 알아?” 알바생은 수줍은 나머지 할 말을 잃었는데,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이 진짜 하려던 말은 “농협은행이 어디에요?”였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농협은행을 ‘놈으옙흐’라고 발음했고, 그게 ‘너무 예쁘다’로 들렸다는 얘기.

장미. [사진 인터넷 캡처]

장미. [사진 인터넷 캡처]

믿거나 말거나, 이 황당한 ‘농협은행’ 이야기 덕분에 ‘발음’ 신조어 밈(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글·사진·영상)이 여럿 등장했다. ‘맑다 오늘’과 ‘무릉도원’이 대표적이다.

한 청년이 외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오늘 점심 뭐 먹을래?” 외국인 친구가 갑자기 하늘을 올려보더니 “맑다 오늘” 하더란다. “그러니까 오늘처럼 맑은 날, 뭐 먹으면 좋겠냐고?” 이쯤 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맥도날드? 맞다! 외국인 친구의 미국식 오리지널 발음이 ‘맑다오늘’로 들렸다는 밈이다.

그렇다면 ‘무릉도원’은? 이번엔 한국인만 등장하는 밈이다. 미용실에서 커트 후 샴푸 중인 남자손님. 미용실 직원의 두피 마사지 솜씨에 감동해 속으로 ‘시원하다’ 감탄 중인데 갑자기 직원이 물었다. “무릉도원이세요?” 화들짝 놀란 남자 손님은 어버버. 그런데 직원이 재차 물었다. “손님, 물온도 어떠냐고요?” 한때 외국인의 서툰 발음이 조롱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바, 지금 젊은 세대의 이런 긍정적인 웃음 코드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