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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는 센터, 김여정은 군중 속…4대 세습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7일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 부인 이설주(앞줄 오른쪽부터). 김주애는 김정은과 이설주 사이에 헤드 테이블 가운데 앉았다. 김정은 뒤에는 큰 별 모양의 차수 계급장을 단 황병서 전 군 총정치국장이 서 있다. 황병서는 한때 북한 군부 1인자였다 좌천됐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 부인 이설주(앞줄 오른쪽부터). 김주애는 김정은과 이설주 사이에 헤드 테이블 가운데 앉았다. 김정은 뒤에는 큰 별 모양의 차수 계급장을 단 황병서 전 군 총정치국장이 서 있다. 황병서는 한때 북한 군부 1인자였다 좌천됐었다. [연합뉴스]

딸은 할아버지뻘 장군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정중앙에 앉아 웃었고, 엄마는 딸의 한 걸음 뒤를 따라 걸었다. 권력의 중심이었던 여동생은 군중 속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변에 있는 여성 3인의 권력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김정은이 군 숙소를 방문하고 기념 연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보다 눈에 띈 건 김정은의 딸 김주애와 배우자 이설주, 여동생 김여정이었다.

사진 속에 담긴 딸 김주애의 위상은 파격적이었다. 기념 연회에서 김주애는 양옆에 김정은과 이설주를 두고 헤드 테이블 가운데 앉았다. 사진의 초점도 김정은이 아닌 김주애에게 맞춰져 있다. 뒤로는 환갑이 넘은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정자세로 섰다.

원 안은 이설주가 착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형성 화한 목걸이. [연합뉴스]

원 안은 이설주가 착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형성 화한 목걸이. [연합뉴스]

김주애는 모친인 이설주와 완전히 같은 코드의 의상에 같은 머리 모양과 화장을 하고 있다. 김주애는 또 김일성·김정일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지 않았다. 북한에서 배지를 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김정은·이설주 정도밖에 없었다.

김주애의 동선이 노출된 건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때 이후 3번째다. 북한 매체는 처음에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소개했던 김주애의 호칭을 ‘존귀한 자제분’에 이어, 이번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바꾸었다.

이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빨간 원)이 연회 참석자들 사이에 서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빨간 원)이 연회 참석자들 사이에 서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기념 연회 연설에서 “개척도 위대했지만 계승 또한 위대하다”며 ‘계승’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후손만대를 위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며 마침내 위대하고 절대적인 힘을 키웠다”고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선 이설주는 김주애를 부각한 사진 속에만 존재할 뿐, 별도의 소개 등 관련 언급은 없었다. 이설주는 ‘화성-17형’을 형상화한 목걸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8일 오후 8시30분쯤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한국군 당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어떤 도발 무기를 새로 공개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이번까지 모두 13차례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중 열병식을 생중계했던 것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던 2017년 4월 15일(오전 10시)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은 2018년 9월 9일(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 이후 지난해 4월 25일(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까지 6번 연속 열병식 상황을 사후 녹화 중계로 공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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