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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나빠 치매 오는 것 아냐…2주 만에 몸 바꾸는 비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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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생물학자 천종식

 5년 연속 세계 상위 0.1% 연구자 ‘HCR ’에 오른 천종식 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지난해 CJ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 변신했다. 전민규 기자

5년 연속 세계 상위 0.1% 연구자 ‘HCR ’에 오른 천종식 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지난해 CJ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 변신했다. 전민규 기자

천종식 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현재 직업은 상장사 대표다. 지난해 서울대를 떠나 CJ바이오사이언스의 대표이사가 됐다.

5년 연속 세계 상위 0.1% 연구자 ‘HCR(Highly Cited Researchers)’에 선정된 미생물학 분야 석학. 이것도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서울대에 재직 중이던 2009년 바이오벤처 ‘천랩’을 설립했다. 교수 창업이 생소하던 때였다. 2019년엔 천랩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천랩이 CJ에 인수된 뒤 이젠 전업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천종식의 이름을 검색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낯선 용어가 항상 붙어 나온다. 체내 미생물을 뜻한다고 하는데,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설명을 듣기 위해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고 그들이 모여 세렝게티 초원 같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 미생물의 생태계가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우리 몸의 지휘자 역할을 한다.”
무슨 지휘를 하는 건가.
“제일 대표적인 게 면역이다. 면역계가 잘 조절되지 않으면 염증이 일어난다. 비만·당뇨부터 우울증과 자폐스펙트럼장애·치매 등 대부분의 병은 염증과 관련이 있다. 염증을 막기 위해 면역계를 조절해 주는 게 마이크로바이옴이고, 그래서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
자폐나 치매는 그냥 타고나는 것, 운이 없는 것인 줄 알았다.
“뇌에 있는 면역세포가 자기가 제거해야 할 세포만 제거해야 하는데, 염증 상태가 돼서 제어가 안 되면 뇌세포를 공격한다. 이게 자폐나 파킨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해 주면 장애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폐나 치매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건가.
“지금까지는 전혀 약이 없었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원인을 알게 됐고, 이제 약으로 만드는 도전이 남았다.”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해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2013년 미국에서 진행된 실험이다. 한 명은 날씬하고, 다른 한 명은 비만인 일란성 쌍둥이의 대변 속 마이크로바이옴을 각각 쥐에게 이식했더니 비만 미생물을 넣은 쥐가 뚱뚱해졌다. 비만의 원인이 마이크로바이옴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신약을 만들고 있다.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키우는 비법이 있나.
“이건 생태계라서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다양하게 구성돼야 한다. 유튜브나 방송에서 늘 ‘거친 음식을 먹자’고 한다. 미생물 먹이는 채소나 껍질째 먹는 과일, 가공하지 않은 곡류와 견과류 등이다. 몸속에 있는 38조 마리의 미생물을 굶기면 안 된다. 2주만 식생활을 바꿔도 몸은 달라질 수 있다.”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중학교 때 외할머니를 졸라 엄청나게 비싼 개인용 컴퓨터를 얻어냈는데, 그때부터 코딩을 시작했다. 박사 과정을 할 때도 컴퓨터를 많이 쓰는 분류학을 선택했고, 그게 마이크로바이옴이 막 터지던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컴퓨터를 가지고 유전자를 연구할 수 있는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학자였던 거다.”
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덕후가 돼야 한다. 덕질을 하다 보면 대상이 자꾸 바뀐다. 뭔가 하나를 깊게 파본 다음 넓게 보자는 거다.”

그는 인생 마지막 덕질의 대상을 ‘세상에 없는 치료제’로 정했다. 암을 이기고, 치매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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