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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추진 논란…검찰 “증거 인멸 시간 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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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원과 검찰 사이에 갑작스레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3일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관련자 대면심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입법예고하면서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면 서면 심사만 거쳐 법원이 발부 여부를 판단하지만 앞으로는 경우에 따라 수사 담당자나 제보자를 불러 대면심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피의자 및 변호인 참여권 강화 ▶압수수색 대상 정보의 명문화와 집행계획 반영 등도 포함됐다.

지난 7일 언론보도로 입법예고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는 끓어올랐다. 한 부장검사는 “정치적 사건이나 기업 관련 사건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거나 여론의 관심이 많은 사건 위주로 심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결국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의 배만 불리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제보자 대면심리에 대해 “수사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제보자를 통해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가 흘러갈 수 있다. 오히려 피의자 도주나 증거인멸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법원행정처는 이날 뒤늦게 설명자료를 냈다. 행정처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아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대면심리의 대상은 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고, 심리 자체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도 공식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사전 의견수렴이나 협의 없이 규칙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는 대법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를 7개월가량 남겨두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는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표 반려 사건으로 고발된 김 대법원장을 위한 방탄 규칙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검사장급 인사는 “법원판 검수완박”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물론 토론회를 거치면서 관련 내용이 이미 공개된 만큼 몰래 추진했다는 지적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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