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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심근경색,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치료…응급의료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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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정부가 인력 부족 등으로 위협 받는 소아, 분만, 중증·응급 분야에 대한 의료 지원을 확충한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강화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환자 진료 관련 안내문 모습. 2023.1.31/뉴스1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정부가 인력 부족 등으로 위협 받는 소아, 분만, 중증·응급 분야에 대한 의료 지원을 확충한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강화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환자 진료 관련 안내문 모습. 2023.1.31/뉴스1

정부가 뇌출혈ㆍ중증외상ㆍ심근경색 등 중증응급 환자 발생 시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체계를 개편하는 5개년 계획을 공개했다. 기존에 지정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가칭)’로 개편해 중증응급질환자에 대한 최종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덜한 환자는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지역 응급실)에서 수용해 치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 병원 간 순환당직제를 제도화해 당직 부담을 덜고 의료시설이 부족한 취약지에는 응급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팀이 순환근무하는 모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안’을 공개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4차 기본계획은 ‘전국 어디서나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비전으로 ▶현장ㆍ이송단계 ▶병원 단계 ▶전문분야별 대응 ▶응급의료 기반 등 4개 영역에서 총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당남리섬에서 실시된 국립중앙의료원 이동형 병원 설치 및 운영 훈련에서 의료진이 대규모 지진 발생으로 다친 환자를 응급처치하고 있다.뉴스1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당남리섬에서 실시된 국립중앙의료원 이동형 병원 설치 및 운영 훈련에서 의료진이 대규모 지진 발생으로 다친 환자를 응급처치하고 있다.뉴스1

핵심은 중증응급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해 병원 내 사망률을 최대한 낮추고 적기에 최종치료까지 받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병원 단계에서 중증도를 기준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 전국에 지정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치료까지 담당할 수 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는 것이다. 센터 수도 기존 40곳에서 50~60곳까지 확대된다. 여기서 중증응급 환자는 뇌출혈이나 중증외상, 심근경색 등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말한다. 센터 지정 평가 항목에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최종치료가 가능한지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 외에 현재 전국 131개소가 지정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센터’라는 명칭으로 중증응급 의심환자의 최종치료와 중증응급 환자 1차 수용을 담당한다. 지역응급의료기관 239곳은 ‘24시간 진료센터(지역응급실)’라는 명칭으로 바뀌며 1차 응급의료와 경증응급 환자 최종치료를 맡는다.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병원 종별로 명칭을 명확하게 해 환자들이 적정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적을 설명했다.

병원 간 순환당직제 제도화·보상 강화

당국은 개별 기관이 365일 당직이 어려운 경우 지역 내 병원 간 순환당직제를 제도화해 지역 내 최소 한 군데는 책임진료를 하도록 보완할 계획이다. 또 의료 취약지의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팀이 순환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환자 발생 예측이 불가능한 응급 의료의 특성을 고려해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상시 대기해야 하는 응급의료에 대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응급환자에게 우선 배분하기 위해 입원실, 수술실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 시설들이 비어있는 기간에 대해서도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문분야별 응급상황 대응 방안으로는 심뇌혈관질환, 정신응급질환, 중증외상, 소아응급질환 등 분야별 전문진료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전문센터는 중증응급의료센터 중에서만 지정되도록 해 응급실과 후속진료 간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의료계 “방향성 좋지만 아직 역할 모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환자 진료 관련 안내문 모습. 뉴스1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환자 진료 관련 안내문 모습. 뉴스1

정부의 이번 4차 계획안과 관련해 의료계에선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 개편 방안을 만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두고는 문제 지적이 이어졌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중증응급의료센터 증설에 대해 동의하지만,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럴 경우 역할 불분명성으로 갈등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돼 늘어나게 될 경우 중증응급 기준이 오히려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류영철 경기도청 보건건강국장은 “상급 종합병원 중심으로 흘러가는 의료 체계 안에서 경기도에 과연 몇 개의 중증응급의료센터 생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라며 “병원 간 순환 당직제의 경우도 임시방편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다. 순환 당직 시 책임 소재나 수가 문제를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병원 측 “경증 환자만 보라는 거냐”…역할 축소 우려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중소병원장들이 좌절감과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병원은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 환자들만 보면서 야간 진료소를 운영하라는 거냐. 지역에도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우수한 치료 역량과 수준을 갖춘 의료진과 기관이 많다”고 성토했다. 이어 “(소수의) 중증응급의료센터의 역량을 강화할 게 아니라 지역 응급의료 기관과 센터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절대 현재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의 개편이 아니다. 환자들이 중증도에 맞는 적정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명칭을 명확화 한 것인데 명칭에 대한 이견이 나온 부분은 앞으로 조정해가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중앙응급의료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오는 3월 최종 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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