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무현 63일, 박근혜 92일 걸렸다…이상민 탄핵 결정할 변수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장관의 자리가 비어있다. 장진영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장관의 자리가 비어있다. 장진영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야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8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 장관의 직무는 헌법재판소 심판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고 한창섭 차관이 대신 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무기명 표결에 부쳤고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앞서 탄핵소추안을 설명하면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헌법상 “국무위원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65조 1항)”할 수 있지만,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넘은 건 헌법을 만든 이래 처음이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2015년)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19년)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2020년)은 표결에 붙였지만 부결됐다.

야3당은 “이 장관이 재난·안전 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재난예방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 위반이며 재난안전법·국가공무원법 등 위반도 되니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수사기관 등에서 확인한 위법이 없어 소추 요건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후 본회의장 앞에서 “다수의 횡포”라며 규탄했다.

국회라는 문턱을 넘었지만, 탄핵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탄핵을 세 번 다뤘는데 63일(노무현 전 대통령, 기각)·92일(박근혜 전 대통령, 인용) 등 정해진 기한(180일) 내 결론을 내기도 했지만 267일(임성근 전 부장판사, 각하) 걸린 적도 있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변론 과정에서 탄핵 필요성을 주장해야 하는 사람이 여당 의원이란 문제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회 대표로 소추위원이 되는데, 형사재판으로 따지면 검사 역할이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사위원장이 아니더라도 탄핵소추를 발의한 의원 중에서 소추위원을 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지만 지난달 개정안을 발의한 단계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가 소추위원 주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필요하면 자료를 내라고 하거나 의견을 듣는 ‘직권 탐지’를 했는데, 이에 저희가 적극 응하면 된다”고 했다. 소송 관련 사실이나 증거 수집은 당사자가 하는 게 원칙이지만 필요하다면 재판관이 직권으로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전종익 서울대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의 재판부의 역할은 일반 민·형사 재판에서의 재판부 역할보다 크다”고 말했다. “법원과 비교하자면, 양 당사자가 제출하는 서류들을 통해 판사가 제3자 입장에서 판단만 하는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판사의 직권조사·직권탐지를 많이 하는 편인데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에 가깝다”는 게 또다른 헌재 관계자의 설명이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두 명(이선애 재판관 3월·이석태 재판관 4월)이 곧 임기만료로 헌재를 떠난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의 후임 자리는 대법원장 몫으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 의견을 내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9인 완전체를 이루는데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자리 모두 공석이 되어도 진행은 가능하지만(7명 출석 요건), 인용 가능성은 작아질 수 있다(6명 찬성 요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추위원 대리인단 대표였던 황정근 변호사는 “180일은 훈시규정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현직 장관 탄핵 사건인 만큼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퇴직한 법관(임 전 부장판사) 사건은 상대적으로 서두를 필요가 크지 않았다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 두세 달 안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