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Interview
‘횡령 사고’ 예방하는 IT 서비스 내놓겠다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총괄대표
“위기는 곧 기회.”
익숙한 말이지만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의 홍종성(54) 총괄대표(CEO)는 이를 여실히 경험한 적이 있다. 2016~2017년 수면 위로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 때다.
당시 불황 속에서도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내던 대우조선해양은 사실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리고 있었고, 외부감사인이었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뒤늦게 감사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부실 감사의 여파로 2017년 4월부터 1년간 신규 수임을 하지 못하게 되자 그해 시장점유율은 4.9%, 전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 점유율이었다. 홍 총괄대표는 “한국딜로이트그룹의 역사는 대우조선해양 사건 전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그는 2017년 구조조정 총괄리더를 맡아 생존 위기에 처한 회사의 구원투수로 일했고, 2019년 총괄대표에 올랐다. 4대 회계법인 중 최연소 CEO다. “오직 생존이 목표”였다는 그의 첫 임기 3년이 지나자 딜로이트안진은 시장점유율 3위를 되찾았다. 홍 총괄대표는 지난해 연임했다.
위기에서 살아 돌아온 한국딜로이트그룹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위기를 통해 새로 발견한 기회는 뭘까.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딜로이트 그룹 본사에서 홍종성 총괄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그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딜로이트컨설팅 코리아 두 조직을 총괄한다.

그래픽=한호정
- 회사가 위기일 때 대표에 올라 이제 5년 차다.
-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내가 CEO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19년 취임 때 목표는 생존이었다. ‘회사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감사의 정확성과 품질을 향상하는 데 집중했다. 그걸 하지 못하면 회계법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설 수 없다는 생각에 ‘퀄리티 넘버원’을 외쳤다. 공포감도, 절박함도 컸기 때문에 품질을 타협하거나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고, 그게 문화로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딜로이트 본사와의 관계도 기존 파트너십보다 한 단계 발전하게 됐다. 2020년 아시아태평양 본부 내 한국 지사로 인정받은 것이다. 글로벌 딜로이트의 전략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본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외부에 있는 좋은 분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