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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성태측 "北300만달러, 여성들에 모은 돈"…檢 "제재 피하려 물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북 불법 송금 혐의로 수사 받고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측에 전달한 8백만 달러 가운데 3백만 달러는 자신의 고향인 전주에서 여성 6~7명으로부터 수억 원씩 투자를 받아 조성한 자금이란 전언이 나왔다. 김 전 회장도 수사과정에서 이같은 주장을 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돈 출처가 쌍방울과 관련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와 횡령죄가 추가될 것을 우려한 김 전 회장 주변에서 퍼뜨리고 있는 '소설'이란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있다.

쌍방울 김성태 8백만 달러 송금 의혹 #미국과 유엔, 예의주시하며 정보수집 #"대권 주자 연루설에 혀를 차는 분위기" #김성태,제재 우려해 "8백만불은 내 돈" #쌍방울 돈으로 결론나면 기업 파산 가능 #"옥류관 걸고 사채 모았다" 물타기 주장까지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김 전 회장 주변 한 소식통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에 북한의 냉면 전문점 옥류관이 들어온다. 여기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며 알고 지내던 전주 여성들로부터 수억 원씩을 받아 3백만 달러를 충당했다"고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전했다. 소식통은 "돈을 투자한 여성들은 옥류관 사업이 무산되고 김성태 전 회장이 투옥된 데 대해 '김 전 회장의 잘못이 아니라, 대북 사업 하려다가 정권이 바뀐 탓'이라며 김 전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는 북한으로부터 옥류관 사업권을 따내 일산에 '옥류관 남한 1호점' 개점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18년10월 방북 성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북측과의 공동사업 대상의 하나로 옥류관을 거론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이는 김 전 회장 주변이 '물타기용'으로 퍼뜨리는 소설"이란 지적이 나온다. 관련 소식통은 "기업인이 알고 지내는 여성들에게 그렇게 큰 돈을 사채로 빌리긴 어렵다. 또 기업인은 기업의 돈을 (사업에) 쓰지 자기 개인의 돈을 쓰는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문제의 돈이 쌍방울 법인 돈으로 드러나면 쌍방울은 한국과 미국, 유엔 등의 대북제재에 걸려 자본 거래나 해외 사업에 발이 묶이는 등 위기를 맞게되고 김 전 회장 본인도 횡령 혐의가 추가된다. 그러니 김 전 회장 측은 문제의 돈이 법인 돈이 아니라 자신이 개인적으로 융통한 돈이라고 몰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의 8백만달러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미국 국무부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수사의 향방을 주목하며 한국 정부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미국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지난달 17일 김성태 회장이 태국에서 입국, 수사받기 시작한 시점에 미국과 유엔 측이 사실관계를 문의하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국무부의 대북 및 비확산 파트에서, 유엔은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이 이 사안을 모니터중"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에 돈을 준 주체는 기업인 또는 기업(김성태·쌍방울) 이지만, 지난해까지 집권당이던 민주당 대선 주자 진영도 송금 의혹에 연루된 점을 명확히 인지해, 어처구니없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달 말 "한국 당국의 (대북 송금) 수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추가로 공유할 정보는 없다"고 밝혀 대북 송금 의혹에 주목핟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패널도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을 인지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미국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 패널은 2009년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제재 불이행 사례를 수집하는 목적으로 출범해 매년 임기를 갱신하며 활동해왔다. 매년 3월과 9월에 대북 제재 위반 사례 보고서를 내는데,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수사가 막 개시된 상태인 만큼 오는 9월 보고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측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측에 현금(Bulk Cash)을 전달하는 행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이다. 미국 의회가 2019년 제정한 대북 제재 강화법 등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 정권에 돈을 주거나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에 금융제한 등 제재를 부과해왔다. 2005년 김정일 등 북한 권력층의 비자금 돈세탁에 협력한 의혹을 받은 마카오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는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 금융기관'으로 지정하자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를 당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놀란 BDA는 보유 계좌를 전부 동결했는데 김정일 등 북한 계좌 50여개(2400만달러)도 포함됐다. 제재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전 세계의 은행들은 미국 정부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북한 자금을 동결하고 거래를 중단했다. 북한은 어떤 은행에서도 계좌를 만들 수 없어 현금을 푸대로 날라야 했고 예치했던 자금도 인출할 수 없어 "피가 마르는" 수준의 혹독한 고통을 당했다.

 소식통은 "쌍방울이 8백만 달러를 대북 송금한 것으로 결론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 대외 거래가 불가능해지고 투자금 회수 사태가 이어져 기업의 생명이 끊길 우려가 있다"며"김성태 전 회장이 8백만 달러는 회삿돈 아닌 본인 개인의 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라 전했다.
 (이 기사는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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