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류현진-김광현-양현종 다음은…구창모 “왼손 계보 이어야죠”

중앙일보

입력

2020년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의 NC 구창모. 사진 NC 다이노스

2020년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의 NC 구창모. 사진 NC 다이노스

한국야구는 전통적으로 왼손 에이스들이 국가대표 마운드를 지켜왔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전에는 이선희(68)가 한일전 맞춤 카드로 활약했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본격화된 2000년대 들어선 송진우(57)와 구대성(54)이 전천후 마당쇠로 뛰었다.

왼손 에이스 계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5·SSG 랜더스)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어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왼손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이후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은 1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며 한국야구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셋이 함께한 무대는 없었지만, 한 명이 부상 등의 이유로 빠지면 다른 이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국가대표 왼손 선발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세대교체의 필요성이다.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는 이러한 의견이 더욱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왼손 에이스는 누구일까. 이 질문을 받아든 야구인이라면 적지 않은 숫자가 구창모(26·NC 다이노스)라는 이름을 꺼낼 확률이 높다.

2015년 데뷔한 구창모는 입단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시속 140㎞대 중반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와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과 싸울 줄 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2020년에는 왼손 에이스로서 NC의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NC 구창모(가운데)가 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테일러 와이드너(왼쪽), 에릭 페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NC 다이노스

NC 구창모(가운데)가 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테일러 와이드너(왼쪽), 에릭 페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NC 다이노스

이때 활약을 앞세워 KBO리그 대표 영건으로 떠오른 구창모는 2021년 팔꿈치 피로골절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11승을 거두고 재기하면서 이강철(57)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연령 제한이 있던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번째 성인 태극마크 발탁이다.

최근 만난 구창모는 “사실 국가대표와 그렇게 인연이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뽑히게 돼서 정말 기뻤다. 설레기도 했다”면서 “대회가 다가오니 이제는 긴장감이 든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만큼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창모는 2019년 프리미어12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매번 국가대표 선발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때마다 부상이 도져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당시 김경문(65) 감독이 “구창모를 뽑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정도로 야구계의 아쉬움이 컸다.

이때를 회상하며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입술을 앙 다문 구창모. 태극마크를 향한 간절함이 커서였을까. 올 시즌 준비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지난달 제주도로 내려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KBO리그와는 다른 WBC 공인구를 계속해 던지며 감각을 익혔다.

구창모는 “처음에는 (미끄러운) 공인구 적응이 힘들었다. 그러나 계속 던지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변화구를 잘 구사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지역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했다. 공은 최대 30개 정도까지 던졌다. 대표팀 합류 전까지 투구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NC 구창모가 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 NC 다이노스

NC 구창모가 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 NC 다이노스

26살의 영건은 이번 WBC에서 김광현과 양현종이라는 대선배들과 함께한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을 절호의 기회다. 또, 이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구창모는 “국가대표 왼손 투수하면 김광현 선배님과 양현종 선배님의 이름이 줄지어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WBC를 통해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을 수 있도록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창모는…

생년월일 : 1997년 2월 17일

출신교 : 천안남산초-덕수중-울산공고

신장·체중 : 1m83㎝·85㎏

프로 데뷔 : 2015년 NC 2차지명 1라운드

2022년 성적 : 19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

2023년 연봉 : 6억 원

국가대표 경력 : 2017년 APBC, 2023년 WBC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