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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읍 얄궂은 운명…'탄핵 반대'하는데 '탄핵 검사' 된다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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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소추위원을 맡게 된다.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할 때 국회를 대표해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역할이다. 탄핵 심판에서의 검사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3선)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장관 탄핵을 적극 반대하는 여권에 속한 중진인데도, 헌재에 가서는 오히려 이 장관의 죄를 물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앞서 있었던 3차례(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때는 없었던 사상 초유의 ‘소추 반대 소추위원’으로 등극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김 의원은 8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뭐 어쩌겠노. 법이 그리 정해져 있는데”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의견은 드러내지 않은 채 “우리 당은 이 장관이 탄핵이 될 만한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고, 민주당은 그 반대의 입장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만 설명했다.

이날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회의장이 탄핵안 등본(사본)을 이 장관에게 송달하게 되고, 그 즉시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된다. 다만 탄핵 심판은 의장으로부터 정본(원본)을 송달받은 법사위원장(김 의원)이 이를 다시 헌재에 제출해야 시작된다. 별도로 제출 기한에 대한 법 규정은 없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원이 제출 단계부터 시간 끌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탄핵안이 가결되도 지연 전략을 쓸 것이란 전망이 있다.
“법적 제출 기한이 없는 건 맞다. 하지만 늦춰봐야 장관 공백기만 길어질 뿐이다. 늦출 필요가 없다.”
과거 탄핵 사례를 보면 소추인단 및 대리인단 구성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추인단과 대리인단 구성은 내 재량이다. 과거에 그랬다고 당연히 지금도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소추인단 구성은 안 해도 상관없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결국 기각될 거라고 본다.
“소추위원으로서 내 생각을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다만 여야가 의견이 서로 반대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헌재에서의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신분상 명시적으로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탄핵 요건을 못 갖췄다”는 여권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3선의 김 의원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분이라면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제대로 역할을 할 것”(김남국 의원)이라며 압박 작전을 펴고 있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민주당에선 김 의원을 회유하려 한다.
“김남국 의원의 발언은 굉장히 무례한 발언이다. 보좌진을 통해 즉시 항의했다. 소추위원으로서 나 자신도 의견을 조심하는데, 상대 당 의원이 내게 이렇다저렇다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건 옳지 않다.”
민주당에선 김 의원이 의도적으로 심판을 지연할 거란 말도 있다.
“그렇지 않다. 신속하게 결론을 보는 게 중요하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경우 결론까지 8개월 소요됐는데.
“전체 탄핵 심판 기간은 헌법재판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안이지만, 헌재 입장에서도 장관 공백기를 장기간 끌고 싶어 하겠나. 우리 입장에서도 오래 끌고 갈 필요가 없다.”

한편 김 의원은 이날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과연 이 장관이 탄핵당할 정도의 헌법과 법률의 위반 사유가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할 수 밖에 없다”며 “아닌 걸 맞다고 할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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