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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발사대 수, 中이 美 추월…‘정찰풍선’ 격추 후 갈등 계속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전략사령부가 최근 미 의회에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수가 미국을 추월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찰 풍선’ 사태로 미ㆍ중 간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최종 병기’인 핵무력을 놓고도 양국 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둥펑-41은 최대사거리 1만5000㎞로 북미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둥펑-41은 최대사거리 1만5000㎞로 북미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다.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미 전략사령부는 지난달 상ㆍ하원 군사위원회에 “중국의 고정식 ICBM 발사대(사일로) 및 이동식 ICBM 발사대(TEL) 수가 미국의 발사대 수를 넘어섰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보고했다. 다만 일부 사일로 안이 비어 있는 등 실제 운용할 수 있는 핵무기는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전략사령부는 또 이번 서면 보고에서 “ICBM을 포함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전략폭격기 등 전체적인 핵무력 측면에선 여전히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350기(지난해 1월 현재) 정도인 핵탄두를 2035년까지 1500기(실전배치 기준)로 늘릴 계획이어서 양국 간 핵전력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러시아와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에 따라 핵탄두 수(1550기)와 핵무기 운반체 수(700기)를 통제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결국 12년 뒤쯤 중국의 실전배치 핵무기 수가 미국과 거의 같아지는 셈이다.

미ㆍ러 간 뉴스타트는 오는 2026년까지 유효한 상황인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빌미로 협정 연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 내 대중국 강경파들 사이에서도 뉴스타트 폐기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선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응해 미국도 핵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1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미니트맨 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화염을 뿜고 상승하는 모습. 사진 미 공군

미국 내에선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응해 미국도 핵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1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미니트맨 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화염을 뿜고 상승하는 모습. 사진 미 공군

중국이 협정 틀 안에 없는 만큼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공화당)은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이) 빠르게 미국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할 수 없으며, 이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전력태세를 조정하고 역량을 강화할 때”라고 최근 말했다.

반면 군축론자들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핵 통제 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같은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ㆍ러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파기된 데 이어 뉴스타트 연장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인 만큼 중국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쥔 것”이라며 “중국과 전략 경쟁을 하는 미국 입장에선 핵무기를 줄이기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이 국방장관 간 통화 거절

미국이 중국발 고고도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회수하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미ㆍ중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미군은 지난 4일 F-22 스텔스 전투기를 출격시켜 AIM-9X 공대공 미사일로 정찰 풍선을 격추한 데 이어 이튿날 미 동부 연안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풍선 잔해 수거에 성공했다.

미군에 따르면 반경 약 2.25km 넓이의 해상에 흩어져 있던 잔해 수거를 위해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OD)이 투입됐다. 풍선에 폭발물이 탑재됐을 가능성에 대비한 조처였다. 미 국방부는 이같은 잔해 수거 현장 사진을 7일 공개했다.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OD) 소속 장병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전날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 잔해를 수거했다. 미 국방부는 7일 수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미 국방부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OD) 소속 장병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전날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 잔해를 수거했다. 미 국방부는 7일 수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미 국방부

미군은 수거된 장비 등을 통해 중국 측이 어떤 내용을 정탐하려 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내에선 “중국이 ICBM이 배치된 맘스트롬 공군기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풍선을 보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편 미 국방부는 “정찰 풍선 격추 직후 중국 측에 양국 국방장관 간 보안통화를 요청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와 관련,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미ㆍ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양국 군 간 소통 채널은 이런 때에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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