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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미친듯이 울었다? 지진 전조현상 밝힐 '놀라운 연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르키예 지진 직전에 포착된 의 모습. 트위터 캡쳐

튀르키예 지진 직전에 포착된 의 모습. 트위터 캡쳐

수백 마리의 새들이 큰 울음소리를 내며 건물 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나무 꼭대기에는 새 떼가 모여 앉았다. 그리고 엄청난 지진이 도시를 덮쳤다.  

6일(현지시각) 튀르키예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하기 직전에 동물들의 이상 행동을 포착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했다. 새들의 이상 행동이 관찰되는가 하면, 개가 도로 한복판에서 크게 울부짖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에는 “동물들은 알았다”, “전조 현상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동물이 사람보다 지진을 먼저 느끼는 이유 

동물들의 이상 행동은 대표적인 지진 전조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은 사람보다 자연현상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진동이나 중력의 변화 등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전에 관찰되는 동물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두 가지 형태의 지진파 차이로 설명된다. 바로 P파 S파다.  P파와 S파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파되는 지진파로 P파는 속도는 빠르지만, 진폭이 작고, S파는 속도가 느린 대신 진폭이 크다.  P파보다 실제 지진 피해를 일으키는 S파의 속도가 1.7배가량 느리다. USGS는 “P파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진 많은 동물은 S파가 도착하기 몇 초 전에 P파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가 실제 지진을 느끼는 것보다 빠를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다. 실제 지난달 9일 인천 강화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서울까지 영향을 미쳤을 때도 긴급재난문자 알람이 울린 뒤 6초가량이 지나고 진동을 느낀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 예측 가능할까?…동물 실험해보니 

지진 전조현상 실험을 위해 소에 전자태그를 부착한 모습.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지진 전조현상 실험을 위해 소에 전자태그를 부착한 모습.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하지만, 동물이 초 단위로 지진을 먼저 느끼는 것과 지진을 예측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동물이 지진이 일어나기 몇 분 또는 몇 시간 전에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와 관련해 2020년에 이탈리아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2016~2017년에 한 이탈리아 농장의 소와 개, 양에 전자 태그를 부착했다. 지진이 감지됐을 때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 동물들이 8개의 주요 지진 중 7개가 근처에서 감지되기 전에 미친 듯이 짖는 등 45분 이상 비정상적으로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을 이끈 마틴 비켈스키 동물행동연구소장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물들이 지진의 전조를 느낀다는 매우 좋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지진을 예측) 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다른 경우에도 일어나고 일관적이기 않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전조현상이라고 보기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진운은 지진 전조?…“날씨와 지진 관련 없어”

2021년 12월 14일 오후 제주 지진 발생 20여분 전 올라온 지진운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2021년 12월 14일 오후 제주 지진 발생 20여분 전 올라온 지진운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이른바 ‘지진운’으로 불리는 독특한 구름 모양도 지진의 전조현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 12월 14일 제주 인근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양털 같은 작은 구름이 모여 넓게 퍼진 지진운이 관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진운은 하나의 기상 현상이기 때문에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기상청은 “지진운이라고 얘기하는 구름은 공기의 수직 운동으로 생기는 고적운(높은 하늘에 크고 둥글둥글하게 덩어리진 구름)으로 대기 운동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구름”이라며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날씨와 지진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하수의 수위가 급변하거나 지하에서 라돈 가스가 방출되는 것도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뚜렷한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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