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끌해 北주고 속 쓰린 김성태, 檢은 "횡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구속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인 무리수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같은 ‘올인’은 검찰의 눈에는 635억원 배임·횡령으로 포착됐다. 김 전 회장은 100% 지분을 자신이 소유한 ‘1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쌍방울 계열사나 관계사, 제2금융권으로부터 돈을 차입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잡히는 등 경기도의 대북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필사적으로 만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北 송금하려 ‘이자 15%’ 제2금융권 돈도 차입 

 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마련, 불법적으로 북한에 송금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뉴스1.

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마련, 불법적으로 북한에 송금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뉴스1.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임·횡령액 총액 중 592억원에 관계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는 2019년 제2금융권인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이자율 15%에 100억원을 빌렸다. 2018년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차입한 100억원(권면액 기준)의 전환사채와 김 전 회장 본인 명의의 한정근보증 등 무려 330억원의 담보가 설정됐다.

착한이인베스트가 집중적으로 돈을 차입한 2019년은 김 전 회장이 최소 3차례에 걸쳐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낸 시기다. 같은 해 착한이인베스트는 KH그룹 계열사인 ㈜장원테크로부터 30억원, 쌍방울그룹 관계사인 ㈜리더스투자기술로부터 38억원 등 도합 168억원을 빌렸다. 김 전 회장은 이 차입금의 담보로 코스닥 상장사 나노스 주식중 자신이 소유한 89만6000주와 148만2700주를 걸었다. 2020년에도 김 전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쌍방울 계열사와 자신의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총 59억7000만원을 더 빌렸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영끌’한 돈 800만 달러를 2019년 1월, 4월, 11월 총 3차례에 걸쳐 북한 관계자에게 건넸다. 김 전 회장은 이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했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용, 300만 달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하던 방북행사 등을 위해 북측에서 요구받은 액수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대표의 방북을 성사시키고, 경기도 대북사업을 쌍방울이 수행하기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김성태 페이퍼컴퍼니’ 대북송금 개요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성태 페이퍼컴퍼니’ 대북송금 개요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기도 함께” 건배사에도 요원해진 투자 회수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공소장 등에는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의 대가를 북한의 신사업에서 찾으려 한 정황이 나온다. 5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한 직후인 2019년 5월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 등과 함께 중국 단둥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를 직접 만나 경협합의서를 작성하고, 희토류 등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 관광지 및 도시개발사업, 철도건설 관련 사업 등 총 6가지의 우선적 사업권을 약속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사업에 경기도도 참여해 같이 가겠다”는 내용의 건배사도 할 만큼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투자금 회수는 요원해졌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실제 북한에서 이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쌍방울그룹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전기오토바이 사업을 제안받았고 경기도의 공공배달앱 사업 입찰에도 참가했지만 이 역시 사업기회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사장으로 취임한 후 쌍방울그룹읜 킨텍스의 호텔·태양광 설비 사업을 노렸지만 역시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김 전 회장이 1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 차입금을 갚으면서 애를 먹었다”며 “회사 발전을 이 대표와 경기도에 올인했는데 결국 자기 지분만 소각됐다. 속이 아주 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공공배달앱 공모에서 탈락한 이후 격분해 이 전 부지사에게 따지기도 했다고 한다.

北과 동석하고 협약도…檢 KH도 입건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2019년 5월 중국 단둥 모처에서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과 민경련 리형룡 과장과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 제공.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2019년 5월 중국 단둥 모처에서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과 민경련 리형룡 과장과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 제공.

자금의 출처를 김 전 회장은 “개인돈”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배임·횡령 자금이라고 보는 인식의 차이는 김 전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1인 지배회사’ 명의의 돈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둘러싸고 발생한다. 대법원 판례는 김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 1인 회사의 주주 겸 대표이사가 회사자금을 가지급금 형태로 인출해 회사 업무와 무관한 개인채무변제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확립된 법리라서다. 법원은 ‘잠시 자금을 사용한 후 실제 반환했더라도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사용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불법영득 의사에 있어 유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2019년 5월 쌍방울 외에 KH그룹 배상윤 회장도 북한 민경련과 스마트팜 사업 관련 경협합의서를 체결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배 회장은 2019년 1월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관계자가 대북사업합의서를 체결하는 자리에도 동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법은 이 사건을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11부(부장 신진우)에 배당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