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형제국’ 튀르키예 강진 피해, 신속한 도움의 손길 내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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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 디야르바키르의 건물들이 규모 7.8의 강진으로 무너져 폐허가 됐다. 구조대원들이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찾고 있다. 7일까지 4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PA]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 디야르바키르의 건물들이 규모 7.8의 강진으로 무너져 폐허가 됐다. 구조대원들이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찾고 있다. 7일까지 4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PA]

두  차례 강진 등으로 사망자 이미 수천 명 달해

한국전쟁 파병 인연, 구조대 등 군 수송기 급파 필요

튀르키예(옛 터키) 남부 일대를 강타한 두 차례의 강진과 그 여진으로 어제까지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동서양을 잇는 문명의 보고이자 관광 대국인 튀르키예는 3만3000명이 숨진 1939년 대지진과 같은 규모의 강진으로 인명뿐 아니라 소중한 문화재까지 대거 파괴됐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진 피해자 구조와 이재민 구호를 위한 손길을 속속 내미는 지금, 정부는 현지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챙기면서 ‘형제국’인 튀르키예를 돕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았을 때 지체 없이 대규모 파병을 해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형제의 나라가 바로 튀르키예”라면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난 사건은 한 국가의 재난을 넘어 국제적인 재난으로 보고 국제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처럼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튀르키예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도와야 할 이유가 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자유 대한민국이 공산화 위기에 빠졌던 한국전쟁 당시 터키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빨리 유엔의 파병 요청에 응했다. 그해 7월 25일 터키 정부는 여단급 전투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전쟁 기간에 5453명(연인원 1만4936명)이 참전해 741명이 전사했다. 2002년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때 한국 관중들은 터키 국기를 펼쳐 그때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각판 4개가 만나는 아나톨리아 단층대가 있는 튀르키예 일대는 잊을 만하면 큰 지진이 발생한다. 1만7100명이 사망한 1999년 8월 17일 규모 7.6 지진 때도 한국은 신속하게 도운 전례가 있다. 당시 김동신 육군참모총장은 지진 발생 열흘 만에 외국군 장성으로는 처음 현장을 찾아 위로했다. 이런 튼튼한 신뢰는 2007년 KT-1 훈련기 수출, 2008년 K-2 전차 기술 수출 등의 양국 방산 협력으로까지 이어졌다.

튀르키예는 지금 긴급 구조 인력과 의료인, 구호 물품 등이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다. 윤 대통령이 구호 인력과 물품을 수송기로 긴급 지원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군은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KC-330)’ 파견을 검토 중이다. 매몰자 구조에는 골든타임이 관건이니 중간 기착 없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KC-330 파견이 적절해 보인다.

유엔무역개발계획(UNCTAD)은 2021년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원조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로 발돋움한 과정에서 튀르키예 같은 우방국들의 도움이 컸음을 잊지 말자. 세계 10위 경제 강국이 된 한국은 튀르키예 지진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