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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24시간뿐인데…“붕괴된 건물 밑에 수천명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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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일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크게 파손됐다. 튀르키예에서만 무너진 건물이 6000채에 이른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24시간이 생존자를 발견할 골든타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크게 파손됐다. 튀르키예에서만 무너진 건물이 6000채에 이른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24시간이 생존자를 발견할 골든타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모님이 잔해 속에 깔려 있어요. 부모님의 ‘살려 달라’는 외침이 들리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구할 수가 없어요.”

7일 새벽(현지시간) 비가 쏟아지는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에서 데니즈는 망연자실한 채 울부짖었다. 전날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덮친 강진으로 부모가 건물 잔해에 깔렸지만 종일 구조 인력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가운데 수색과 구조작업이 한파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 속 생존자는 72시간까지 버틸 수 있지만 한겨울 영하의 날씨 속에선 저체온증 때문에 구조했을 때 생존 가능한 ‘골든타임’은 크게 줄어든다. BBC는 이날 재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24시간이 사실상 ‘골든타임’으로 생존자를 발견할 마지막 기회”라며 “48시간이 지나면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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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당국은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가지안테프 등 남부 10개 도시로 구조대원과 병력 등 2만5000명을 파견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6000채가량의 건물이 붕괴했으며, 현재까지 잔해 속에서 8000명 이상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비상 구조 대응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추운 날씨 탓에 생존자 수색작업이 지연되는 데다 여진도 이어지며 구조 환경이 녹록지 않다. 특히 피해가 큰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와 카라만마라슈 등 일부 지역에선 시내로 통하는 도로 인프라가 망가지며 이동이 통제된 탓에 구조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루푸 사바스 하타이 시장은 “붕괴된 건물 아래에 아직 도움을 받지 못한 수천 명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 최악의 재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지진을 피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재민들도 고통 속에 있다.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경우도 많고, 아무런 대비 없이 노숙하는 처지에 놓인 이도 많다. 하타이에서 자녀 4명을 데리고 무너지는 집을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네세트 굴라는 로이터통신에 “우리 상황은 재앙”이라며 “배고프고 목마르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겨울철 외투도 걸치지 못한 채 담요 하나를 나눠 덮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도 도로가 끊기고 전력 공급이 막히면서 구호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성명을 내고 이번 강진의 영향을 받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는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인구가 4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OCHA는 “지진 피해를 겪는 이들의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이고, 시리아 지역사회는 지난 주말 폭우와 폭설 등 혹독한 겨울철 날씨 속에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트위터 등 SNS에는 시리아에서 구조대원이 막 태어난 아기를 잔해 속에서 구해내 안고 나오는 수 초짜리 동영상이 공유됐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아기는 무사하지만 산모는 사망했다.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지진 후 무너져버린 건물 잔해 밑에서 가까스로 생존해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천진한 꼬마의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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