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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의 ‘오겜’ 저작권 수익 해외서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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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랑스·스페인 등 해외 40여 개국에선 창작자가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국가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방영)된 만큼 OTT 등 플랫폼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수익)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한국 저작권법에는 관련 보상 규정이 없어 법 개정이 절실하다. [사진 넷플릭스]

프랑스·스페인 등 해외 40여 개국에선 창작자가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국가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방영)된 만큼 OTT 등 플랫폼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수익)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한국 저작권법에는 관련 보상 규정이 없어 법 개정이 절실하다. [사진 넷플릭스]

“이번 (저작권료) 정산 내역을 보니 주로 넷플릭스 스페인에서 정산이 됐어요. 스페인에선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넷플릭스에서 받아 저한테까지 전달해준 건지, 감독이나 제작사가 알아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 수상자로 선정된 황동혁 감독. [사진 CICI]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 수상자로 선정된 황동혁 감독. [사진 CICI]

한국 넷플릭스에선 못 받은 ‘오징어 게임’ 저작권료 수익을 스페인·아르헨티나에서 받게 된 황동혁(사진) 감독의 설명이다.

5일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 따르면 황 감독을 비롯한 영화·방송 감독 500여명이 최근 스페인 저작권 관리단체(DAMA)와 아르헨티나 영화감독 단체(DAC)로부터 저작권료 총 2억7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창작자별로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가량이다. 황 감독의 수령액이 가장 많은 걸로 알려졌다. 국내 관련법 미비로 해외에서 찾아오지 못한 한국 창작자들의 저작권료를 받은 것인데, 영화·드라마·예능·만화 연출자의 해외 저작권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DGK측은 “국내 저작권법 개정 운동에 대한 해외 단체의 지지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 강조했다. 윤제균·봉준호·박찬욱 등 영화감독 500여명이 뭉친 DGK는 DGK는 2018년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의 권고를 토대로 창작자 개인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스페인·아르헨티나 등 해외 40여 개국에선 창작자가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국가에서 자신의 작품이 방영된 만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플랫폼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반면, 한국 저작권법에는 그러한 보상 규정이 없다. 영상 창작자가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히트하고도 황 감독이 흥행에 따른 저작권료 수익을 넷플릭스로부터 분배받지 못하면서 국내법 개정 필요성이 대두했다.

DGK는 2020년 프랑스 저작권 관리단체로부터 영화감독 10여명의 저작권료 2041만원을 받아오는 걸로 해외 저작권료 찾기에 물꼬를 텄다.

이번에 DGK는 스페인·아르헨티나 양국 단체와 상호대표계약을 통해 저작권료를 찾아왔는데, 1년간 한시적 계약에 불과하다. 한국 저작권법이 국내 창작자 뿐 아니라 해외 창작자의 권리 또한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스페인 등 해외 40여 개국에선 창작자가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국가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방영)된 만큼 OTT 등 플랫폼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수익)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한국 저작권법에는 관련 보상 규정이 없어 법 개정이 절실하다. [사진 CJ ENM]

프랑스·스페인 등 해외 40여 개국에선 창작자가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국가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방영)된 만큼 OTT 등 플랫폼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수익)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한국 저작권법에는 관련 보상 규정이 없어 법 개정이 절실하다. [사진 CJ ENM]

스페인 DAMA로부터 가장 많은 작품수로 저작권료를 받게 된 이는 이상우 감독이다. 저예산 영화 ‘나는 쓰레기다’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 ‘엄마는 창녀다’ ‘지옥화’ 등 7편의 저작권료를 받았다. 이어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서울역’ ‘반도’ ‘사이비’ ‘염력’ ‘지옥’ 6편, 봉준호·박찬욱·박훈정 감독 등도 각각 5편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DAC의 저작권료 수령자 목록엔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의 신원호 PD부터 ‘미스터 션샤인’ 이응복, ‘나의 아저씨’ 김원석, ‘이태원 클라쓰’ 김성윤, ‘커피프린스 1호점’ 이윤정 등 드라마 PD들이 두루 포함됐다. 이밖에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 ‘아는 형님’ ‘효리네 민박’ ‘솔로지옥’ 등 예능 프로그램과 뽀로로·타요·핑크퐁·라바 등 인기 토종 캐릭터의 장·단편 애니메이션 연출자들도 수령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지난달 ‘오징어 게임’ 시즌2 사전 제작 단계에 돌입한 황 감독은 지난달 30일 DGK와의 인터뷰에서 저작권법 개정 촉구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첫 작품이 흥행 실패하고 한 달에 20만원으로 빚내서 살던 시기에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그는 “국가 차원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산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법령에 해당하는 모든 주체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실행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산업 시스템에서 먹고살 만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줘야 좋은 창작자가 많이 나온다”면서 “결국 OTT·투자배급사에도 좋은 영향이 돌아갈 것”이라 덧붙였다.

DGK측은 “상호대표 계약상 우리가 해외에 저작권료를 주지 않고 계속 받아올 수는 없다”면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황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전하고, 장항준·홍원찬·홍성은 감독, ‘킹덤’의 김은희 작가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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