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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핑 리사가 마신다, 유흥업소서 마시던 '박정희 술' 대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위스키 브랜드의 모델이 부쩍 젊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셔 일명 ‘각하 술’로 불렸던 시바스 리갈은 블랙핑크 리사가, 그동안 정우성 등 묵직한 배우가 모델을 했던 발렌타인은 주지훈과 가수 민호가 얼굴로 나섰다. 로컬 대표 위스키 브랜드로 불리는 윈저의 모델로는 배우 류준열이 발탁됐다.

위스키 브랜드 시바스리갈은 청담에 팝업스토어를 내고 모델 블랙핑크 리사와의 한정판 협업 제품을 내놨다.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위스키 브랜드 시바스리갈은 청담에 팝업스토어를 내고 모델 블랙핑크 리사와의 한정판 협업 제품을 내놨다.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모델만 젊어진 것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들도 젊어졌다. 40·50대 기성세대들이 주로 유흥 혹은 접대를 위해 밖에서 마셨던 술이, 20·30대가 집에서 즐기는 술로 바뀌었다. 주류 업계에서는 가정용 위스키 소비가 기존 20%에서 최근 40%까지 확대됐다고 본다.

술집 문 닫았는데, 수입량 외려 늘어

주요 배경은 코로나19가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술집이 문을 닫아 주점에서의 음주가 줄었는데, 위스키 소비량은 오히려 늘었다. ‘혼술(혼자 먹는 술)’ ‘홈술(집에서 먹는 술)’이 트렌드가 되면서 집에서 위스키를 즐기기 시작하면서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위스키 전체 수입량은 2021년 1만5661t에서 지난해 2만7038t으로 72.6%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만9836t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마트·편의점 등 주요 가정용 위스키 유통처에서 판매 신장률 변화폭도 상당하다. 이마트의 위스키 신장률은 2021년에 전년 대비 45.7%, 지난해 20%를 기록했다. 편의점 CU의 양주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지난 2019년 10.7%에서, 2021년 99%, 지난해 49.5%였다. 특히 20·30대의 매출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편의점에서 양주를 구매해 간 30대는 전체 연령 중 38%로 1위, 20대가 25.3%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6~7일 이틀간 진행됐던 이마트의 위스키 판매 행사에는 이례적 ‘오픈런’이 생기기도 했다. 이마트 주류 상품기획자(MD)가 약 6개월간 여러 수입처에서 끌어모은 발베니·맥켈란 등 인기 위스키 7종을 약 1만 병 확보한 행사로 일부 매장에는 오픈 시간 전부터 수백 명의 줄이 늘어섰다.

지난달 6일 서울 용산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위스키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서울 용산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위스키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트 황금 매대에 위스키 등장

위스키의 위상 변화는 마트 매장에서도 알 수 있다. 6일 찾은 이마트 성수점에는 위스키 특화 매장이 자리했고, 마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리인 주류 판매대 ‘엔드캡(end cap·매대 양쪽 끝)’에 맥주 대신 위스키가 자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위스키 관련 상품인 전용 잔은 물론, 최근 하이볼(위스키 칵테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토닉워터·레몬 등의 상품 매출 신장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성수점의 주류 판매대 끝 부분에 자리한 위스키. 흔히 가장 잘 팔리는 주력 상품을 배치하는 곳이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 성수점의 주류 판매대 끝 부분에 자리한 위스키. 흔히 가장 잘 팔리는 주력 상품을 배치하는 곳이다. 사진 이마트

꽂히면 판다, ‘디깅(digging) 문화’ 배경

위스키 수요가 늘면서 위스키 업계 내 흥망성쇠도 눈에 띈다. 블렌디드(섞는) 위스키가 중심이었던 로컬 브랜드가 지고 개성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위주의 인터내셔널 브랜드가 뜨고 있으며, 스카치 위스키 일변도에서 버번으로 대표되는 아메리카 위스키까지 인기를 끄는 등 저변 확대가 눈에 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위스키라는 술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고 알아가기 위해 마신다는 얘기다. 이른바 ‘디깅(digging·파다) 소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에 등장한 키워드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말한다. 좋아하는 위스키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희귀 위스키를 사고파는 ‘위스키 리셀’이 생겨나는 이유다.

위스키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각 브랜드의 팝업이 열리는 등 마케팅도 활발하다. 지난 12월 9일부터 3일간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윈저 팝업 스토어에 참석한 배우 류준열. 사진 윈저글로벌

위스키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각 브랜드의 팝업이 열리는 등 마케팅도 활발하다. 지난 12월 9일부터 3일간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윈저 팝업 스토어에 참석한 배우 류준열. 사진 윈저글로벌

‘위스키 클래스’ 등 삼삼오오 모여 위스키를 공부하고 마시는 모임도 느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겨울학기에 진행한 ‘호텔 바에서 즐기는 위스키 클래스’는 선착순 20명 정원이 모집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위스키 클래스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면서 올 봄학기에는 관련 클래스를 늘렸다.

김웅 롯데마트 주류팀장은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20·30대 중심으로 남과 다른 차별화한 주류 상품을 찾기 시작했고, 위스키가 급부상했다”며 “마니아들은 증류소 특유의 개성을 살린 싱글몰트 위스키로, 대중들은 독주보다는 하이볼 형태로 섞어 마시는 식으로 다양한 위스키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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