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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낙관론에 옅어진 '피벗' 기대… 시장은 파월의 입 주목

중앙일보

입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은 경기 호조세를 반기면서도, 걱정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죌 수 있다는 명분이 생겨서다. 시장은 7일(현지시간) 연설에 나설 파월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후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신규 일자리 50만 개에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인 상황에서 경기후퇴가 발생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5일 CNN에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몇 달 전보다 커졌다”고 전망했다. 다만 “2~3년 전보다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시장도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 사이 미국이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을 기존 35%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얀 하치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고 기업 심리도 나아지는 징후가 보인다”고 이유를 들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 역시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장밋빛 전망에 힘을 보탠 건 고용시장의 식지 않는 열기다. 미 노동통계국에서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개 증가했다. 블룸버그 전망치인 18만8000개보다 2.75배가량 많다. 실업률도 시장 전망치(3.6%)를 밑도는 3.4%로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고용시장 강세가 계속되면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늘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Fed가 추가 긴축 카드를 쓸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고 올해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섣부르게 금융 여건 완화를 시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 워치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연 4.75~5%로 결정될 확률을 54.8%로 봤다. 3월 FOMC에서 기준 금리를 한 번 정도(0.25%포인트) 더 올린 후 5월에는 동결할 거라는 예측이 반을 넘은 셈이다. 하지만 1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3일 이 예측치는 39.5%로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처럼 Fed의 '피벗(Pivot·정책 선회)' 시점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은 경계심을 못 늦추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은 미국 고용시장이 믿기 어려운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두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을 못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시장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에 주목한다. 그가 7일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행사 토론에서 어떤 의견을 내비치는 지가 관심사다. 지난 1일 파월 Fed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ion)'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하며 "물가 상승률 완화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승리 선언(declare victory)을 하기엔 너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일각에선 Fed 등 중앙은행의 의사소통이 금융시장에 일으키는 변동성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정책 오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공급망 변화와 에너지 전환 등 국제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을 언급하면서 “주요 중앙은행은 그들의 의사소통이 변동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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