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좀 조용해졌는데"…평산마을 한복판 '文책방' 공사장 가보니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m 높이 녹색 가림막 뒤 그곳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 책방(가칭)' 공사 현장에 약 4m 높이의 녹색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 책방(가칭)' 공사 현장에 약 4m 높이의 녹색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평산마을 책방(가칭)' 리모델링 공사 현장.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평산마을 책방(가칭)' 리모델링 공사 현장.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마을 한복판에는 약 4m 높이 녹색 가림막으로 절반쯤 가려진 공사 현장이 보였다. 가림막 뒤에는 경량 철골조로 된 지상 1층짜리 주택 건물(57.96㎡) 1채와 황토방(14.63㎡) 1채가 해체 작업으로 외형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였다.

공사 현장 곳곳에는 사람 머리보다 큰 돌덩이와 흙더미, 해체된 창문틀 등이 쌓여 있었다. 인부들이 남기고 간 안전모, 마시다 만 물병이 공사 현장임을 짐작게 했다. 바로 지난달 20일 시작된 가칭 ‘평산마을 책방(마을책방)’ 리모델링 공사 현장이다. 공사 기간은 오는 3월 1일까지다.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평산마을 책방(가칭)' 리모델링 공사 현장.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평산마을 책방(가칭)' 리모델링 공사 현장. 안대훈 기자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작은 주택 한 채를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오픈하려고 조용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평소 책을 즐겨 읽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틈틈이 책을 추천해온 문 전 대통령은 책을 통해 대화와 교류 공간을 만들겠단 취지였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인데 제가 여기로 사저를 정하면서 시위로 인한 소음과 욕설이 마을을 뒤덮어 버렸다”며 “식당이나 카페·가게를 하는 분들이 피해 보는 걸 보면서 제가 도움 드릴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을책방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文 사저에서 걸어서 4분…8억5000만원 매입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평산마을 책방(가칭)' 리모델링 공사 현장.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평산마을 책방(가칭)' 리모델링 공사 현장. 안대훈 기자

마을책방은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직선거리로 약 170m,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다. 사저 경호구역(반경 300m) 안이다.

양산시 등에 따르면 주용도가 제1종근린생활시설(소매점)인 마을책방 규모는 지상 1층짜리 단층 건물로, 높이 4.3m에 연면적 142.8㎡(43.1평)이다. 마을책방은 기존 주택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골격을 유지한 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한다. 마을책방은 과거 주차장으로 썼던 것으로 보이는 너른 마당도 있다. 황토방은 마을 사랑방, 마당은 북콘서트나 마을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 등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마을책방 공사 부지를 포함해 총면적 695.5㎡(210.3평)의 3개 필지와 기존 건물을 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원래 살던 주민은 인근 마을로 이사했다.

평산마을 주민 “기대 반, 우려 반”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반대 성향의 1인 시위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반대 성향의 1인 시위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안대훈 기자

평산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책방 방문객이 자연스레 우리 식당도 찾을 테니 조금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마을이 좀 조용해졌는데, (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유튜버들이 마을을 헤집고 돌아다닐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평산마을이 고향인 인근 마을 주민 B씨도 “대통령님이 마을에 도움이 되고자 이런 책방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사저 경호구역 밖인 ‘청수골가든’ 인근에서 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체 소속 4명이 확성기를 동원, “범죄자 문재인이 아직도 이 마을에 살고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경호구역 내 사저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는 “간첩 문재인을 즉시 체포하라”라는 팻말을 목에 건 남성 1명이 말없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경호구역 확대를 전후해 평산마을 집회 인원은 크게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는 200명 넘게 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많아도 20명 정도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