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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년된 고성은 가루가 됐고, 유네스코 유산은 쩍쩍 갈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은 2000여 년 역사의 유적도 파괴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튀르키예 남부 유적지이자 관광 명소인 가지안테프 성(城)이 크게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이 성은 현존 도시 중 거주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히는 가지안테프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튀르키예 전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성곽 중 하나로 꼽혀왔다.

 SNS에는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비교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SNS에는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비교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전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가지안테프 성의 동쪽과 남쪽, 남동쪽의 보루 일부가 지진으로 파괴됐다"며 "일부 보루에는 큰 균열이 확인됐고 비탈에 세워진 성을 받치던 옹벽도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성 주변 보도에는 무너진 성의 철책 잔해가 굴러다닐 정도로 피해가 컸다.

가지안테프 성 일부는 고대 히타이트(BC 1600~ BC 1178년경)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건물들은 2~3세기 로마인들이 지었다. 이후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의 유스타아누스 1세 때 확장됐다.

성 인근에 있는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도 일부 무너졌다. 이 성은 17세기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의 북쪽 말라티아에 자리한 19세기 건축물 예니 모스크도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과거 가지안테프는 동서양을 잇는 요충지이자 실크로드가 지났던 곳이다. 히타이트·아시리아·페르시아·로마·비잔틴 등 여러 제국·왕조의 지배를 받아,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 유적이 다수 남아있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윗쪽)과 후(아래쪽)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윗쪽)과 후(아래쪽)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시리아 국가유산박물관국(DGAM)은 이날 알레포 성채 등 중요 문화유산이 지진으로 다수 파괴됐다고 전했다. 알레포 성채는 13세기에 지어진 전략적 요충지로, 궁과 군사시설·종교사원 등을 갖춰 하나의 도시와 같은 기능을 하던 역사 유적이다.

이번 지진 여파로 알레포 성채 내 오스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북동부 방어벽 곳곳이 갈라졌다. 또 모스크의 등대 돔 일부, 성채 정문 등이 파손됐다.

지진 전의 알레포 성채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지진 전의 알레포 성채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알레포 성채는 시리아 서북부 도시 알레포의 중심가 언덕에 있는 거대한 요새다. 2011년 발발한 내전으로 여러 차례 훼손됐고 2015년엔 전쟁으로 인한 폭발로 성채 벽 일부가 붕괴하기도 했다. 복구를 거쳐 2018년 관광객에 재개방된 지 5년 만에 지진으로 다시 파괴됐다.

알레포는 시리아 제2의 도시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알려졌다. 구도심 전체가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시리아 내전으로 이미 60%가 파괴된 알레포 구도심 지역 민가는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붕괴했다. 알레포 국립박물관은 벽면에 금이 가고 전시 모형이 일부 부서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하마 지역에서도 이맘 이스마일 모스크의 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 시리아 북서부 바니야스 외곽에서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요새였던 알마르캅 성에서 석재가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를 보았다.

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시리아의 알레포 성채가 훼손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시리아의 알레포 성채가 훼손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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