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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들리는데 장비가 없다" 오열…사망 2만명 전망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 아직 살아있고 소리가 들리는데 잔해를 치울 장비도, 구조해줄 이도 없다”

6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5000명(7일 기준)을 넘어선 가운데, 이날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州)의 진디레스 마을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한 시리아 남성이 AFP통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오열했다. 그는 잔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인류애로써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다음주면 2만 명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전망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왔다. 여기에 이 지역에 규모 4.5 이상의 강력한 여진이 80여 차례 이어지며 추가 피해가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져 버린 튀르키예 도심 모습. 트위터 캡처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져 버린 튀르키예 도심 모습. 트위터 캡처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앗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7일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사망자가 3419명, 부상자는 2만534명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보건부는 정부군 점령지(812명)와 반군 통제 지역(790명)에서 최소 1602명이 목숨을 잃었고 220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날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담당 선임 비상대책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한 주 동안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수치에서 8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당시 튀르키예·시리아 양국 사망자 수는 26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토대로 한 스몰우드 비상대책관의 추정치는 다음 주 사망자가 최대 2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6일 오전 4시17분 남동부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7.9㎞로 상당히 얕았다. 규모 7.8의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시리아는 물론 인근 레바논과 사이프러스·이스라엘·북아프리카·동유럽 등에서도 감지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엔 카라만마라슈 지방의 엘비스탄 지역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두 진앙 간 거리는 96㎞다. 또 하루 뒤인 7일 오전 6시13분께 튀르키예 중부 지역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왜 피해 컸나…겨울추위에 구조장비 부족

사망자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과 겨울철 추위, 눈·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탓에 구조 작업이 더뎌지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7일 가지안테프의 기온은 최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로저 무손 영국지질조사국(BGS) 연구원은 “겨울철 잔해에 갇힌 주민들의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사망자가 수천명, 수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파괴된 건물은 튀르키예에서만 5600채에 이른다. 정확한 피해 상황이 보고되지 않고 있는 시리아에선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구조대인 하얀헬멧 대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우리에겐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장비가 있지 않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튀르키예 당국은 구조대원과 소방관·군인 등 2만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밤샘 구조 작업을 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민들은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 잔해물을 걷어치우는 등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의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몰우드 비상대책관은 “돌아갈 집도 없고, 끼니도 챙기지 못한 채 추위에 내몰린 이들이 과다 밀집된 보호소에서 지내다 보면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 등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북서부의 한 마을에서 구조대가 지진 피해 지역에서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북서부의 한 마을에서 구조대가 지진 피해 지역에서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지진은 규모 기준 튀르키예에서 83년 만에 발생한 가장 큰 지진이다. 역대 최악의 지진은 1939년 12월 27일 튀르키예 동북부 에르진잔에서 발생했다. 규모 7.8의 지진으로 약 3만3000명이 사망했다. 최근엔 1999년 8월 17일 서부 이즈미트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해 약 1만7000명이 죽고 5만여 명이 다쳤다.

6일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동부는 수세기 동안 상대적으로 지진이 잠잠했던 곳이다. 무손 BGS 연구원은 “1822년 8월 이번과 같은 지역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시리아 알레포에서만 7000명이 사망하고 파괴적 여진이 이듬해 6월까지 1년여간 지속됐다”면서 “이번 지진은 이 지역에서 20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사태”라고 전했다. BBC 역시 “200년 이상 큰 지진이 없었고 조기 경보 신호도 없어 재난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지역”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반군 점령지인 사르마다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점령지인 사르마다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진설계 안된 건물에 내전 상황까지

내진 인프라가 부족한 건물, 시리아의 내전 상황 등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은 대다수 건물이 밀집돼 있으며 흔들림의 피해가 큰 저층의 벽돌 조적(쌓아올림) 구조로 지어졌다. 1999년 지진 이후 튀르키예 정부가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아 건축법을 개정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가 이번 강진에 피해를 키웠다.

특히 2011년부터 1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전투 중 심각한 손상을 입은 건물이 많아 피해가 더 컸다. 영국 가디언은 “시리아는 구조적으로 약하게 지어진 건물이 많아 이전에도 새로 지은 건물이 무너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은 생존자 구출과 피해 복구 지원에도 장애 요인이다. 가디언은 “구호단체들이 시리아 정부에 현재 한 곳뿐인 진입로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반군 점령지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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