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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생계비대출 금리 너무 높아"…난감한 정부

중앙일보

입력

정치권에서 다음 달 출시 예정인 ‘긴급 생계비 대출’ 금리를 정부 발표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긴급 생계비 대출 금리를 다른 정책 서민금융상품과 동일한 연 15.9%로 책정했는데, 취약 계층을 상대로 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십만원이 급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노출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 대출을 출시한다. 연합뉴스

정부는 수십만원이 급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노출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 대출을 출시한다. 연합뉴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긴급 생계비 대출에 대해 “대출 한도가 적고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용, 구색 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긴급 생계비 대출 상품 출시 방침을 밝혔다. 수십만원이 급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노출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했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이다. 원칙적인 최초 대출액은 50만원인데, 의료·주거·교육비 등의 목적이라면 한도가 최대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최초 대출 50만원을 받은 뒤 6개월간 성실하게 상환하면 5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대출 금리는 연 15.9%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햇살론 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상품 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1년 만기로 100만원 대출 시 월 이자는 1만3520원을 내게 되는데 정치권에선 이런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수석부의장은 “연 15.9%라고 하면 취약계층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금리”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책 서민금융상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은 금리”라고 했다.

정부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긴급 생계비 대출 금리를 낮추면 다른 서민금융 상품도 연쇄적으로 낮춰야 하는데 타당한 조치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를 지나치게 낮춰 수요자가 몰릴 경우 대출이 절실한 최저신용자가 대출을 못 받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시중은행 출연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면서 긴급 생계비 대출 한도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의장은 “긴급 생계비 대출은 최소한 2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선 시중은행이 출연하는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회가 본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관련 사업을 반영하지도 않은 채 뒤늦게 은행 팔만 비트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긴급 생계비 대출 예산이 올해 본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탓에 사업 규모는 당초 정부 계획이었던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000억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은행권이 각각 500억원의 기부금을 내 조성된다. 금융위는 “내년 이후 공급 규모는 대출회수금 규모, 추가 재원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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