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상황실서 IS수괴 제거 '직관'…군견 홍보 제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19년 11월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슬람국가(IS) 수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서 공을 세운 미 육군 군견 코넌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수괴 제거 작전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직관'했다고 당시 관료가 폭로했다. 다음 날 작전 성공을 발표할 때 군견의 활동을 홍보하라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곧 발간될 회고록에서 2019년 10월 IS 우두머리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를 위한 미군의 급습 작전 당시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상황실에서 대통령과 수뇌부와 함께 작전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집결했다. 밀러 전 장관대행은 당시엔 대테러 및 초국가적 위협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트윗으로 에스퍼 장관을 경질하고 밀러에게 국방부 운영을 맡겼다. 밀러는 2020년 11월 9일부터 정권 말인 2021년 1월 20일까지 70여일간 장관대행직을 수행했다.

2019년 10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가 백악관 상황실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이슬람국가(IS) 수뇌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UPI=연합뉴스

밀러는 책에서 "그(멜라니아)의 참석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면서 "대통령 부인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보기 위해 불쑥 나타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언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고 적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당시 백악관이 배포한 상황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았다.

미군이 알바그다디가 숨어있는 영내에 접근하자 상황실 안에 있던 몇몇 사람이 공습 후 상황 예측과 평가를 내놓기 시작했고, 상세한 묘사가 포함되자 멜라니아 여사가 두려운 표정으로 올려다봤다고 썼다.

미군 특수부대가 시리아의 은신처를 급습하자 궁지에 몰린 알바그다디는 도망가다가 두 자녀를 안은 채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폭사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군견 코넌이 알바그다디를 쫓았고, 공포에 질린 알바그다디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상황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성공을 어떻게 발표하면 좋겠냐고 물었고, 멜라니아 여사는 대통령이 다음날 백악관 디플로냇 리셉션 룸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군견에 대해 말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밀러는 회고했다.

군견 코넌이 알바그다디를 쫓아 자폭하게 했고, 그 폭발로 다친 상황을 널리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디플로맷 리셉션 룸에서 대국민 브리핑을 하면서 군견의 활약상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아름다운 개, 재능있는 개"가 그를 쫓았고, 알바그다디는 "개처럼 죽었다", "겁쟁이처럼 죽었다"고 묘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군견 코넌을 치하하는 트윗 메시지.

며칠 뒤 트위터에 "IS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포착해 죽이는 데 큰일을 한 멋진 개 사진을 기밀 해제한다"며 코넌의 사진을 올렸다. 한 달 뒤 백악관은 코넌을 직접 공개하는 기념식을 열어 "최고의 전사"라고 부르며 메달과 명패, 인증서를 수여하기도 했다.

회고록 『군인 장관, 미국의 가장 위험한 적에 대한 전장과 펜타곤으로부터의 경고』는 오는 7일 발간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