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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 성매매업소 꼭 없앤다"…팔 걷은 파주시·경찰·소방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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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용주골’이 사라진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있는 용주골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형성된 미군 상대 성매매 기지촌이다. 파주시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올해 안에 폐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6일 파주읍 연풍극장에서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 여성 인권단체, 주민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계획대로라면 용주골은 7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1일 오후 7시쯤 찾은 용주골에는 투명 유리창이 설치된 업소 100여 곳 중 30여 곳에 조명이 켜져 있었다. 조용한 농촌 마을과 상가 지역 옆 왕복 2차로 도로변 좁은 골목길에 늘어선 업소들이 개울 건너 상가 및 주택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도 설치돼 있었고, 도로 초입에는 ‘청소년 통행금지’라고 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1980∼90년대 용주골에는 250여 곳 업소가 성업하며 1000여 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90여 곳 업소에서 190여 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하는 정도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단속이 뜸해지면서 2006년에 다시 120여 곳 370여 명으로 일시적으로 늘었다. 현재는 47곳에서 200여 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경기 지역 3대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수원역 앞과 평택 쌈리가 폐쇄되면서 용주골은 경기도에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지난 1일 오후 7시쯤 경기지역 최대 규모인 파주시 파주읍 성매매 집결지 모습. 전익진 기자

지난 1일 오후 7시쯤 경기지역 최대 규모인 파주시 파주읍 성매매 집결지 모습. 전익진 기자

파주시, 연내 폐쇄 드라이브…주민들 “환영”

 파주시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생계·주거·자활 등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한편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성매매 반대 인식 확산에 행정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파주경찰서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범죄 예방구역’으로 지정하고 성매매 알선 업주와 성매매 장소 제공 건물주를 단속한다. 파주소방서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화재 안전 중점 관리대상 지역’으로 지정해 특별점검과 소방훈련을 통해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불법 성매매에 대한 집중단속과 강력 처벌을 시행하고, 불법건축물은 강제철거하는 등 불법과는 일체의 타협 없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성 파주경찰서장은 “파주시와 협조해 폐쇄회로 TV(CCTV) 설치, 스마트안심부스 설치 등 범죄예방환경을 개선하고 성매매 알선 행위 등 강력 단속과 함께 수사팀을 보강해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정찬영 파주소방서장은 “이곳은 골목이 좁고 빈집이 많아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주민들을 화재 등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마을 대표인 한 주민은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되면 반경 1㎞ 안에 있는 초·중·고교 총 3곳의 교육여건과 마을 이미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지역발전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달 26일 파주읍 연풍극장에서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 여성 인권단체,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이재성 파주경찰서장(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정찬영 파주소방서장(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과 시민 등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여성 인권 회복을 위한 ‘여성 행복 마을길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파주시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달 26일 파주읍 연풍극장에서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 여성 인권단체,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이재성 파주경찰서장(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정찬영 파주소방서장(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과 시민 등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여성 인권 회복을 위한 ‘여성 행복 마을길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파주시

업주·성매매 여성 “3년 유예 희망” 

반면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생계 걱정이 컸다. 한 업주는 “폐쇄에 앞서 성매매 집결지 운영과 관계된 주민과 성매매 여성 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몇 년간 유예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파주시가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주골 여성 자조 모임인 ‘자작나무회’ 한모(41) 대표는 “47곳 업소에서 일하는 20대 중반~50대 여성 200여 명 대부분은 시설이 폐쇄되면 당장 오갈 곳이 없어져 생계 수단이 막막해진다”며 “과도한 단속으로 강제 폐쇄하기보다는 자립·자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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