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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은 李 위한 것"…檢, 이재명에 'MB 유죄' 그 카드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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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추가 발언에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의 신작 소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추가 발언에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의 신작 소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장진영 기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북측으로 건너간 돈의 성격을 두고 법리 검토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내부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조로 돈을 건넸다면 이는 ‘제3자’에게 준 것이 아니라 이 대표에게 준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제3자 뇌물 또는 뇌물(수뢰죄)…고민하는 檢

문제가 되는 건 김 전 회장이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 명의로 발급받은 영수증까지 제출한 800만 달러 중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라고 진술한 300만 달러의 성격이다. 북측은 “벤츠 차량도 필요하고 헬리콥터도 띄워야 한다”며 이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2019년 1월과 4월에 전달한 500만 달러는 경기도와 북한이 합의한 스마트팜 사업비를 대납한 것이지만,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방북에 드는 실비 성격인 300만 달러는 같은 방식으로 전달됐다 하더라도 성격을 이 지사에게 전달한 뇌물로 봐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우선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액 500만 달러에 대해선 제3자뇌물제공죄, 방북 비용 300만 달러에 대해선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찰관계자는 “방북이 과연 경기도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방북은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경기도와 북한의 협약에 따른 스마트팜 사업비도 실질적으로 같은 성격이라면 이 역시 단순수뢰죄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후원과 대북 사업비를 대납으로 경기도가 2018~2019년 북한 고위 인사를 초청해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북측과 스마트팜 사업 등 각종 경협 사업에 합의하면서 이 대표는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남북평화 코드 경쟁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게 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역시 북측과 약정했던 각종 이권 사업이나 ‘배달특급’ 등 경기도 자체 이권 사업을 결과적으로 얻어내지 못했거나 수행할 기회가 없었지만 대북사업 테마주로 분류된 쌍방울그룹의 계열사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등 적잖은 이득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궁극적으로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 등을 노리고 방북 비용을 지원했다면 뇌물수수죄 성립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할 혐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제3자 뇌물죄는 물론 직접 뇌물죄도 검토하고 있다.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할 혐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제3자 뇌물죄는 물론 직접 뇌물죄도 검토하고 있다.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공무원의 주머니를 거치지 않은 돈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 판례는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2010년 10월 삼성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2007년 11월~2011년 3월 제3자인 미국 로펌(에이킨검프스트라우스호이어&펠드사)에 총 529만 달러를 지급해 변호사비를 대납한 것에 대해 수뢰죄를 적용했고 이 전 대통령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단순 수뢰죄는 제3자뇌물제공죄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돈을 건넨 목적이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이라는 점만 인정받으면 돼 상대적으로 입증이 수월하다. 법원은 판례에서 “그 다른 사람(제3자)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제3자가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이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 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제3자(북한)가 수뢰자(이 대표)의 사자나 대리인인 등 당사자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단순 수뢰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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