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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던졌다"…'尹멘토'가 띄운 신당창당론, 가능성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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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ㆍ8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가 언급한 정계 개편론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의 상승세가 나타나던 3일 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 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썼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 사진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서 '국정우선과제로서의 사법시스템 정비'를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뉴스1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 사진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서 '국정우선과제로서의 사법시스템 정비'를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뉴스1

안 의원은 6일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건 선거법에 걸리는지 따져봐야 할 심각한 문제”라며 “자기 마음에 안 드는 후보가 당선되면 탈당하겠다는 말을 정당인이 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이날 “끔찍한 재앙의 시나리오”라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성 논란과 당 분열이 없도록 (신 변호사를) 엄중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왼쪽),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왼쪽),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이준석계는 집단 반발하는 중이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대선을 치렀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라고 했고, 대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대통령 탈당이라는 이슈를 폭탄 던지듯 던졌다”라고 말했다. 이준석계 최고위원 후보들도 “조폭이나 하는 짓거리”(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 같은 말을 쏟아냈다.

친윤계는 “신 변호사 개인의 판단”(김기현 의원)이라거나 “가능성 없는 얘기”(이용 의원)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신 변호사가 한때 ‘윤석열의 멘토’로 불렸던 까닭에 쟁점화가 되는 모양새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몸담는 등 야권 성향이던 신 변호사는 2021년 7월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뒤부터 여권의 액터로 활동해왔다. 당내에서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발언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잘못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최재형 의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21년 7월 24일 신평 변호사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2021년 7월 24일 신평 변호사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튀어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21년 말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당시에도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따로 있다”(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김 위원장이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에 관여해 이듬해 17대 총선 승리에 일조했고, 2014년엔 ‘진보 빅텐트’를 표방한 새정치민주연합을 안철수 의원과 공동 창당하는 등 창당 전문가 색채가 짙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정계 개편론에 대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 변호사의 발언으로 정계 개편론이 재점화된 가운데, 개편이 가능하다고 보는 쪽에선 “윤 대통령 본인이 총선이라는 첫 중간 평가를 앞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박근혜 정부도 첫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또는 당명 변경을 했다”며 “어떤 형태든 여당의 외형이 바뀌는 것 자체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12일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1년 12월 12일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 대통령 특유의 강한 그립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대통령실 사정을 아는 여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 윤 대통령의 검사 후배 여럿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천 과정에서 기존 국민의힘 정치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니 신당 창당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게는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는 야당의 정치 상황에 따라 '제3지대'가 뜰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무리하게 신당을 창당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 교수는 “정계 개편론은 전당대회 때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를 이끄는 김한길 위원장과 가까운 복수의 국민통합위원은 “신 변호사가 안 의원 당선은 안 된다는 차원에서 한 말 같다”며 “요즘 정치에서 인위적인 정계 개편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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