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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빼도 성능 그대로…K배터리 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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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코발트가 없이도 성능이 유지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 경쟁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가 수주했거나 수주 협상 중인 물량이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온이 코발트를 완전히 배제한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값비싼 코발트 사용을 줄이면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해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코발트 없이도 기존 삼원계(NCM·니켈-코발트-망간) 제품 이상의 성능을 가진 시제품을 최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SK온이 내년쯤 돼야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를 예상보다 1년 앞당겼다.

SK온은 코발트 함량을 0으로 낮추는 대신 니켈이나 망간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코발트 프리 제품을 만들어냈다. 수명과 주행거리 같은 성능도 기존 제품에 버금간다. 그간 코발트 프리 배터리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코발트 함량이 적으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고, 주행가능 거리 역시 줄어든다. CATL, BYD 같은 중국 업체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하지만 LFP 계열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겨울철 같은 저온 상황에서 성능이 급격히 나빠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함량이 90%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상용화해 테슬라의 모델3과 모델Y, GM의 허머 EV 등에 공급 중이다. 이 배터리는 코발트 비율을 5% 이하로 줄이고, 니켈 비율을 90%로 높였다. 또 알루미늄을 추가해 안정성을 강화했다. 삼성SDI 역시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인 ‘젠5’를 생산 중이다. 또 최근엔 니켈 비율이 91% 이상인 ‘젠6’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발트는 리튬·니켈·흑연과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삼원계 배터리 소재 중 가격이 가장 비싸다. 2차전지 금속 원가에서 40%가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코발트는 대표적인 ‘분쟁 광물’이다.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는 생산권을 놓고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DR콩고에서 생산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채굴 과정에서 노동 착취 논란 등 인권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코발트 프리’ 배터리가 양산으로 이어지면, 이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다음 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시행세칙이 공개되면 코발트 프리 배터리는 더욱 가치가 올라갈 전망이다. 코발트는 대부분 중국에서 제련된다. IRA에 따르면 중국산 광물 재료가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간 배터리를 실은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배터리업계의 수주액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LG엔솔은 최근 실적 발표 행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가 385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기존 출하 물량을 고려하면 누적 수주는 4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SK온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누적 수주액이 290조원에 달했다. 완성차 업체 등의 증량 요청 물량을 더한 실제 수주액은 3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는 수주 잔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지금까지 140조원 안팎 물량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물량(약 840조원)에다 고객사와 합의를 마친 미계약 물량, 합의 중인 물량을 더하면 수주 규모는 총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K배터리 3사의 수주 잔고가 70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 연말까지 100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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